10년 넘게 ‘론스타 저격수’를 자처했던 장화식(52)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가 론스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면서 일부 시민단체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쉬쉬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이 기업에서 돈을 받거나 탈법적 형태로 정부 예산을 유용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후보로 2001년 10월 서울 동대문을 재보선에 나선 장화식(왼쪽에서 둘째)씨.

계속되는 시민단체의 금품 비리

장 전 대표 외에도 여러 시민단체 대표들이 금품 관련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경 운동의 대부’라 불렸던 최열 전 환경재단 대표가 금품 수수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사건이었다. 최 전 대표는 한때 환경 운동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가장 영향력 있는 NGO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최 전 대표는 2007년 경기도 친환경 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1억 3000만원을 받고 경기도 지사와의 면담을 알선하고, 경기도 경제농정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최 전 대표는 “빌린 돈”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으로 결국 그는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3000만원의 선고를 받았다. 후에 그가 기아자동차·삼성SDI·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의 사외(社外)이사를 지낸 것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NGO 단체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서 한 선교사가 정부지원금 1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가 드러났다. 베트남으로 파견을 가 있던 남모 선교사가 빈곤아동 지원 등의 명목으로 쓰여야 할 보조금을 유용한 뒤, 허위 영수증을 만들어 제출하는 방식을 쓰다가 검찰에 적발된 것이다.

이 단체는 2012년 의료봉사단체와 공동 운영하는 병원 자금과 관련해 법적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시 기아대책기구의 운영진이 서류를 위조해 병원 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으며 회장과 사장이 고소를 당했다.

2009년에는 ‘한국비정부 기구 연합’이라는 시민단체 대표 최모 씨가 중국인을 NGO 주최 행사에 초청된 것처럼 꾸며 밀입국 시키려 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최 씨는 중국인 밀입국을 도와달라는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NGO 주최 행사에 중국인이 초청된 것처럼 꾸며 사증 발급을 허위로 신청하는 등 중국인 80여 명을 밀입국시키려 했다. 당시 최 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정황을 알아차리고 수사에 나서자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정계 인사와 친분이 있다며 수사를 무마시키려했다.

이전에도 부패방지와 관련된 시민단체 대표 김모씨가 땅 매입자금을 빌려주면 억대의 이익금을 붙여서 돌려주겠다고 지인들을 속여 거액을 챙긴 일도 있었다. 김씨는 지인들에게 “땅을 매입하면 구청장이 빌라 건축허가를 내주기로 했다”며 땅 매입자금 명목으로 5억원을 챙겼다.

시민단체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 장 전 대표 사건을 시민단체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이상 시민단체에 몸담아 온 A씨는 “대부분의 금품 비리는 취약한 재무상황으로부터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며 “악화된 자금 사정에 개인의 욕심이 결합해 각종 비리가 난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특정 기업이나 단체에 의존하지 말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을 늘릴 획기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바로잡습니다] 횡령 혐의 기아대책 베트남지부 남모씨 혐의 없음으로 밝혀져

본지는 지난 2월5일 기아대책 베트남지부 대표 남모씨가 정부지원금을 부당사용하다 적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남모씨는 기아대책본부가 고소한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