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에서 연필을 많이 가져오면 직원들이 잡나요?"
"잡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수준 낮은 분이라 생각하겠죠."

개장한지 두 달도 안된 이케아 광명점 매장에서 2년 치 공짜 몽당 연필이 동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중국 최대 포털이라는 바이두(百度)를 뒤져 어렵게 이 대목을 찾았습니다. 바이두에도 네이버 지식인처럼 묻고 답하는 코너가 있는데, 2012년 10월에 이런 문답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중국 네티즌이 2010년에 올린 글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이케아 연필이 너무 이쁜데, 살려고 해도 살 수 없다고 해서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디서 파느냐고. 많은 가져가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갈 때 걸리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하루 3억 개의 메시지가 올라온다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는 어떨까요? 여기서도 이케아 연필은 거의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상하이 진산(金山)구에 있는 한 노인이 작년 11월에 올린 글을 보고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토요일에 손자 데리고 이케아에 쇼핑을 갔다가왔는데, 손자가 졸라서 이케아 몽당 연필과 메모지를 갖다 줬더니 신나게 오리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공간들을 이렇게 뒤져본 것은 5년 베이징 특파원 생활 동안 우리나라에서처럼 이케아의 몽당 연필이 동났다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상하이 진산구에 있는 이케아 매장에서 한 아이가 몽당연필로 상품 카탈로그 뒤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케아는 1998년 중국에 진출해 전국적으로 총 16개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한해 매출이 88억 위안(약 1조5000억원·2014년 기준)이나 되죠. 베이징에도 매장 두 곳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제가 살았던 왕징(望京)에서 차로 5분 거리였습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 주부들에게 이케아는 ‘쇼핑 천국’입니다. 물건 값이 비교적 싸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북유럽 디자인의 생활용품이 많습니다. 공짜 연필 뿐아니라 무료 아메리카노도 제공하죠. 운동 삼아 2~3km 걸어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우리 돈으로 1만~2만원 하는 그릇이나 수납함 같은 걸 사오는 한국 주부들을 자주 봤습니다.

2009년 특파원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는 한동안 쓰레기통부터 그릇, 컵, 수납함, 의자 등을 사느라 이케아를 자주 들렀습니다. 그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이 매장 곳곳에 배치돼 있는 이케아의 공짜 몽당연필과 메모지였습니다. 연필함에는 늘 수북이 연필이 쌓여 있었죠.

한 두번 가져왔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연필 쓸 일이 거의 없어졌고, 가져올 일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요즘은 필요하다 싶으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두지, 상품번호를 메모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요. 사실, 연필 촉이 날카로워서 주머니에 넣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중국 이케아 매장의 연필함.

중국 사람 중에도 처음 이케아에 오는 이들이나 신기해 하며 연필을 가져가죠. 이미 이케아에 익숙한 이들은 저처럼 소 닭보듯 지나갑니다. 1시간 가까이 매장을 돌아도 연필함은 늘 가득한 채 그대로였습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는 이미 3~4년 전에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가 1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아마도 서울의 절반 수준 쯤 될 겁니다.

사실, 중국 사람들에게 ‘공짠데 왜 연필을 가져가지 않느냐’고 물어볼 일은 없었습니다. 그럴 만한 일이 없었죠. 물론, 중국 유통매장에서도 가끔 공짜 경품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 일이 있습니다. 대부분 돈이 되는 경품이 걸릴 때죠.

이케아 광명점 소식은 벌써 중국 웨이보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댓글은 달랑 하나가 달렸습니다. “그럴 리가. 한국인들이 그랬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 베이징 이케아에서도 그런 걸 들고가는 사람이 없는데.” 그랬더니 이 소식을 전한 이가 이런 대답을 달았습니다. “인간의 본성이란 다 같은 거지. 최근에 한국 증세(增稅)가 대단하다던데, 경제가 안 좋은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