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4복음서를 통해 예수님을 보다 입체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여기에 현장을 보태면 더욱 실감나게 예수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장은 제5복음서'입니다."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는 '보여주고 말하라(Show & Tell)'를 강조했다. 최근 펴낸 '지명(地名)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베들레헴에서 엠마오까지'(위즈덤로드)가 그 실례(實例)다. 그는 '성경 지명(地名) 강해 설교'의 개척자다. 지난 2005~2008년 주일예배에서 구약·신약에 등장하는 지명 90곳을 골라 설교했다. 구약(舊約)편 1~3권은 벌써 냈다. 4권째인 이번 책은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4복음서를 다룬다.
그가 성경의 현장과 지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5년 미국 밴더빌트 신학대학원 유학 시절부터. 그해 이스라엘 관광청 초청으로 처음 이스라엘 성지를 찾은 그는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어릴 때부터 성경을 그렇게 읽었어도 관념 속에만 있던 사건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성지순례가 활발한 요즘에도 여전히 국내 신자들에게 성경 속 지명은 낯설다. 성경 속 지명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높은 곳인지 낮은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직접 눈으로 보니 실감 났다. 일행 중 시각장애인도 설명을 들으면서 너무도 감동하고 있었다. "전북 진안 산골 출신인 저는 지리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그 여행을 통해 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고 '앞으로 목회에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죠."
2004년 성결교단의 모(母)교회인 중앙성결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그는 이듬해부터 '성경 지명 강해 설교'를 하면서 해당 사건을 그린 중세·르네상스 이후 명화(名畵)도 활용했다. 그 결과를 책으로 엮었지만 '성지 순례 가이드' 정도로 생각하면 오해다. 실은 '지명'은 유인책이다. 정작 내용은 그 장소를 방문해서 느낀 깊은 묵상들이다. 거기엔 4대 복음서는 물론, 구약의 이야기와 사건, 예언자들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한 목사가 노리는 것 역시 단순한 성지순례가 아니다. 성경 속 현장들이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사건의 현장들이라는 점에서 "그 현장을 통해 성경을 현실감 있게 느끼며 내 삶에서 '신앙적 사건'을 일으키자는 게 본뜻"이라고 한 목사는 말했다. 한 목사는 올 7월쯤 사도신경에서 요한계시록의 지명을 다룬 5권을 내고 시리즈를 완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