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유해 사이트 접속 차단’(일명 warning.or.kr) 페이지는 사양한다.”

2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이른바 ‘레진코믹스 법(法)’을 발의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안’의 별칭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무분별한 유해 사이트 접속 차단을 막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김 의원은 “모호한 규정과 자의적 판단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무분별하게 침해해 온 현행 접속 차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해 사이트로 지정한 페이지에 접속하면 이런 화면(www.warning.or.kr)이 뜬다.

성인들 궐기한 ‘레진코믹스’ 대란(大亂)?

이런 법안까지 나온 배경은 지난 25일 방통심의위가 인기 웹툰 전문사이트 ‘레진코믹스’에 내린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였다. “콘텐츠 일부에서 성기나 성행위 등 음란성 정보가 노출됐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업체라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방통심의위의 설명. 선정성과 더불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불법’의 혐의를 짙게 했다는 것이다.

이후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쳤다. “반인륜적인 내용이 아닌 이상, 성인 사이트에 성인물이 올라오는 게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레진코믹스는 성인 인증 후 이용이 가능한 성인 사이트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이유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레진코믹스 측의 해명이 나오자 네티즌들은 방통심의위의 온라인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에 야유를 퍼부었다. 지난해 6월 구글코리아가 서울 역삼동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레진코믹스 권정혁 CTO는 “회사 환경상 직접 서버를 구축하는 것보다 구글의 기술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레진코믹스는 직원 수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성인 웹툰 '몸에 좋은 남자'.

“정부가 칭찬한 업체를 정부가 차단하는 이유가 뭐냐”는 지적도 나왔다. 가입 회원 700만 명에 달하는 레진코믹스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 사례로 알려졌고, 지난해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도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레진코믹스를 창업 모범 사례로 활용해왔다.

비난이 일자 방통위는 다음 날 바로 ‘해금’(解禁) 조치를 취했다. 방통심의위의 오락가락 행보에 비난이 또 쏟아졌다. “하루 만에 결정을 번복해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준 없음’을 극명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주는 것 없이 뺏기만”…정부와 멀어지는 넷심(Net+心)

불만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다. “(정부가)주는 것 없이 뺏어가기만 간다” “성인들을 못살게만 군다”는 불만부터 “이제 돈 없는 청춘은 어디 가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나”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요 놈 잡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주 쓰이는 경찰청 마스코트 '포돌이' 그림.

정부에 대한 불신은 ‘야동 괴담’까지 낳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음달 16일부터 시행할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개정안은 ‘웹하드와 P2P 사업자는 음란물 인식(업로드)을 방지해야 하며 이를 어겼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엔 “앞으로 성인 음란물을 내려받다 걸리면 벌금 2000만 원” “4월 16일 전까지 야동 다운받아 놓느라 밤잠을 설친다”는 얘기가 퍼졌다. 방통위가 “이번 개정안 시행령은 난립한 웹하드·P2P 업체의 무분별한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것이며 일반 네티즌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야동 괴담’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