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5월 12일 이범석(李範錫) 외무부 장관이 부처의 국장급 이상 모든 간부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 '무선호출기(삐삐)를 허리에 차고 다니라'는 것이었다. '어린이날'이었던 5일, 중공(中共·중국) 여객기가 납치당해 우리 공군 기지에 불시착하는 대형 사건이 터졌으나, 간부들에게 비상 연락이 안 됐다고 감사원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한국 최초의 이동통신 기기 삐삐가 1982년 말 개통된 후 반년이 되도록 고관들은 잘 쓰지 않고 있었다.

초기의 삐삐란 공직자, 정보기관원, 경찰관, 언론인, 의사 등 특수 직종 종사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신분 과시용으로 써먹으려다 쇠고랑을 찬 자들도 있었다. 가짜 기자는 신분증도 없이 무선호출기만 보여주며 여성을 농락했고, 청와대 직원 사칭범도 삐삐로 사람들을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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