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 본인들과는 무관하다는 ‘유체 이탈 화법’으로 구설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번 사건과 관련, “부정부패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은 그런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보수·진보 양 진영에서 일제히 “지금 대통령 측근이 다 연루돼 의혹을 사고 있는데 남 얘기하는가”라는 비판을 들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도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은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고 있다.
문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사 의혹에 대해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측을 정치적으로 배려한 사면의 적절성 여부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닐 것"이라며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단언했다.

문 대표는 그러나 “성 전 회장 사면과 관련해 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측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경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된 것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엔 “성 전 회장의 사면 경위에 대해선 오전에 당시 사면을 담당했던 민정수석과 법무비서관, 부속실장이 입장을 밝힌 것 이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국회 당 대표실에서 성완종 파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성 전 회장이 두 차례 사면을 받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좀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앞서 문 대표는 대통령 고유 권한인 특사 문제를 ‘법무부 소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24일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고도의 정치행위’에 해당하는데 문 대표가 ‘법무부 소관’이라고 하거나 ‘모른다’고 하는 바람에 괜한 오해와 정치 공세의 빌미를 줬다”며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까지 지낸 문 대표가 모른다는 말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성 전 회장이 2007년 11월 (상고를 포기할) 당시 특사 받는단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고를 포기하고 사면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자, 문 대표는 거듭 “오늘 민정수석 말한 것 외에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제가 보기에도 의혹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연관시켜서 저희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의혹을 가질 만하다’는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자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상고 포기가 사면을 사전에 준비한 게 아닌가 이런 의문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건 그분의 사면이 당시 대통령 당선자였던 이명박 대통령 측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성 전 회장이 왜 상고를 포기했는지 모른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이 사안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확인하라고도 했다. 그는 “‘누가 누구에게 (사면을 요청했나)’라는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 측이 알겠죠. 그렇지 않나. 이명박 측의 요구와 또 어떤 경로를 통해 사면을 한 것인지 그건 이명박 대통령 측에 확인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성 전 회장의 사면이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그 근거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요청한 사람에게 물어야지 왜 요청받은 사람에게 묻느냐는 것이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13일 “성 전 회장이 두 번째 사면 때 사면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 특혜 의혹이 있는데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어허! 우리 기자님들 돈 받은 데 가서 취재하세요. 이렇게 엉뚱한 사람 따라다니지 말고!”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핵심 관계자는 성 전 회장 사면 요청자에 대해선 “문 대표도 도통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강신성일, 이기택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 5명의 사면을 누가 요청했는지는 이미 내부적으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성 전 회장 사면 부분만 모른단 것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다른 특사 요청 경위는 다 파악했으면서 성 전 회장 특사 문제만은 기억이 안 나니 ‘요청한 사람에게 물으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특검을 도입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자는 당의 주장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