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Pyeongchang)에 가려했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북한 평양(Pyongyang)이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축산업을 하는 다니엘 올로마에 올레 사피트(42)는 지난해 9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런데 착륙한 곳은 김일성 주석 사진이 내걸린 평양 순안공항이었다. 여행사 직원이 평창의 영문 표기(Pyeongchang)와 평양(Pyongyang)을 헷갈려 비행기 티켓을 잘못 끊어줬기 때문. 사피트의 황당한 경험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알려졌다.
북한 입국 비자가 없던 사피트는 입국장에서 북한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 시간 입국사무소에 억류돼있다가 각서를 쓰고 중국 베이징으로 쫓겨났다가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사피트는 비자 없이 입북하려한 죄로 벌금 500달러를 냈고, 3개국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값비싼 항공료를 지불해야 했다. 사피트는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평양과 평창을 구별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가려는 외국인들은 보험계약서를 읽듯 지명 공부를 꼼꼼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외국인들 사이에서 평창과 평양이 헷갈린다는 얘기가 많았다. 2011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을 당시에도 미국 MSNBC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평양이 아니라 평창”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해 9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환영사에서 “가끔 평창과 평양을 헷갈려하는 사람이 있는데, 완전히 다르다”며 “평창의 ‘평’(平)은 평화, ‘창’(昌)은 번창을 뜻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