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 보도에서 한국과 네팔의 시차는 '3시간 15분'으로 나오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1시간 또는 30분 단위로 시차를 책정하는데 왜 네팔만 15분 단위일까?
여기에는 네팔과 인도의 자존심 싸움이 얽혀 있다. 네팔이 인도와 분쟁을 겪으면서 '우리는 인도의 속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인접국인 인도보다 15분 빠르게 표준시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네팔의 표준시는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각(GMT)을 기준으로 5시간 45분이 빠르다. 지도상으로 보면 네팔은 표준시보다 5시간 30분 빠른 인도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는 게 맞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네팔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양국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됐다. 이에 네팔은 1956년 표준시를 정하면서 영토 동쪽에 있는 가우리상카르산(山)을 통과하는 기선을 사용했다. 동쪽 기선을 쓸수록 빠른 표준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네팔은 당시 콜카타를 통과하는 기선을 쓴 인도보다 10분 앞설 수 있었다. 그러다 1971년 인도가 표준시 기준을 영토 동쪽에 치우친 콜카타에서 영토 중앙에 있는 하이데라바드로 변경하면서 5분 더 차이가 나게 됐다.
세계 표준시 개념은 지난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만국지도회의'에서 결정됐다. 각국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통과하는 경선을 '본초 자오선'으로 정하고, 경도 15도를 지날 때마다 1시간의 시간차를 두기로 했다. 동쪽 국가일수록 빠르고 서쪽 국가일수록 느린 시간을 표준시로 삼았다. 모든 국가가 경도 15도선에 정확히 위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국은 동쪽이나 서쪽 기선 중 적당한 것을 채택해 사용한다.
대다수 국가가 1시간 단위로 시간 환산이 용이한 15도 간격의 표준 경도 자오선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표준시는 구한말 당시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잡아 일본과 30분 시차가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 표준시의 기선인 동경 135도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