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2~3년 내에 실전 배치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기지에 정박한 북 잠수함 선제 타격이나 SLBM 발사 직후 요격 방안 등을 포함한 한·미 연합 '수중(水中) 킬 체인(Kill Chain)' 계획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희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12일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만나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방안에는 미 정찰 위성 및 이지스함 지원 강화 등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지상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기존의 킬 체인 및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북 SLBM 위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북 SLBM 잠수함 대응 한·미 연합 3단계 '수중 킬 체인' 개념과 한계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직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심각한 도전"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킬 체인'과 'KAMD'를 보완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므로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국방부는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대화에서 예정된 한·미,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 SLBM 위협을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 SLBM 문제가 미국·일본 등과 공동 대응하는 국제적인 사안이 되는 것이다.

현재 군 당국이 구상 중인 '수중 킬 체인'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1단계는 북 SLBM 잠수함이 기지에 정박해 있거나 출항한 직후에 타격하는 것이며, 2단계는 수중 침투하는 잠수함을 탐지해 공격하는 것이다. 3단계는 북 잠수함에서 SLBM이 발사된 직후 탐지해 요격하는 방안이다.

군 당국은 북 잠수함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탐지가 어렵기 때문에 기지에 정박해 있을 때나 출항 직후 격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 잠수함이 기지에 정박해 있을 때는 지상이나 우리 함정·잠수함에서 현무-3, 천룡-2, 천룡-3 등 순항(크루즈) 미사일로 타격하거나 F-15K 등 전투기에서 장거리 공대지(空對地)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

출항한 직후에는 우리 214급 잠수함이나 미 7함대의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이 북 잠수함 사냥을 맡게 된다. 북 잠수함이 동해나 남해로 이동하면 우리 해군의 P-3C 해상초계기(16대)와 링스헬기, 한·미의 이지스함 등이 추적·탐지한 뒤 홍상어·청상어 어뢰 등으로 공격한다.

북 잠수함이 SLBM을 발사하면 이지스함의 레이더(최대 탐지 거리 1000㎞)나 지상 '그린 파인' 레이더(최대 탐지 거리 750㎞)로 탐지한다. 군 당국인 그린 파인 레이더 한 대를 추가 도입해 후방 지역을 감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탐지 후 요격은 미 해군 이지스함의 SM-3 요격미사일이 맡게 된다.

하지만 '수중 킬 체인' 계획만으로 북 SLBM 위협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수함은 은밀히 출항하기 때문에 선제 타격이 어렵고, 북 기지 앞에서 잠수함이 장기 매복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동해는 수심이 깊어 수중에서 북 잠수함을 탐지해 공격하기가 힘들다"며 "SLBM을 요격할 미 이지스함을 동해상에 상시 배치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군 당국은 '수중 킬 체인' 계획과 함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4D 작전 개념'에 따라 탐지 능력과 방어 능력, 대잠수함 능력을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4D 개념은 지난 2013년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한 강연에서 밝힌 것으로 '방어(Defense)·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의 과정을 포괄한다.

☞킬체인(Kill Chain)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을 하기 전 우리 군이 먼저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