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무슨 뮤지컬이 이래요?" "내가 미리 얘기했잖아~ 이건 해피엔딩이 아니라니까." "관객이 많이 올 것 같진 않아요."
놀랍게도 이건 극 중 인물들의 대사다. 2002년 국내 초연됐고, 10년 휴식 끝에 새로운 옷을 입고 개막한 뮤지컬 '유린타운(Urinetown)'은 일반적으로 '이래야 한다'고 여기기 십상인 뮤지컬의 모든 문법을 유린(蹂躪)하다시피 하는 작품이다.
'오줌 마을'이란 뜻인 뮤지컬 제목조차 기가 막힌 데다, 로맨스물인 척하다가도 남자 주인공은 일찌감치 죽고, 해설자를 자처한 인물들은 "이따가 1막 끝에선 모든 인물이 나와 노래를 부를 거야"라고 '예고'하며 뮤지컬의 관습을 비꼰다. 감금과 납치, 살해, 찬탈이 밥 먹듯 등장하는데도 재즈·가스펠·컨트리·랩에 성악 창법까지 동원된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냥 신나고 경쾌하기만 하다.
원작자 그레그 커티스, 작곡·작사가 마크 홀맨이 일부러 전복적(顚覆的)으로 만든 이 뮤지컬은 2002년 토니상 연출·극본·작곡상을 받았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돈이 없으면 오줌도 마음대로 눌 수 없기 때문이다. 유료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일'을 보면 당장 '유린타운'이라는 무서운 곳으로 끌려가고, 악덕 기업주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잇속을 챙긴다.
'방뇨의 권리'를 얻기 위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총궐기로 세상은 뒤집어지지만, '모두 자유롭게 오줌을 누는 세상'은 끝내 물을 고갈시켜 버린다는 뜻밖의 결말로 치닫는다. 이 지독하게 우화적인 정치극이자 살벌한 혁명극은 결국 그 자신의 극적 구조마저 뒤집어버리는 셈이다.
신예 연출가 이재은은 이 문제작을 더욱 왁자지껄하고 힘이 넘치는 작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주인공 호프 클로드웰 역의 아이비는 이제 완전한 뮤지컬 배우라고 해도 될 만큼 뛰어난 노래와 코믹 연기를 보여줬는데, 성악 발성도 괜찮아 '아수미(아이비+조수미)'란 별명을 얻었다는 말이 허튼 얘기만은 아니었다. 최정원·성기윤·이경미 역시 훌륭했다.
▷8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공연 시간 135분,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