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니거(n i g g e r ·검둥이)'라는 단어를 썼다. 모욕적 의도라기보다는 '흑인을 검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인종차별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는 맥락에서 쓴 것이지만, 공식 석상에서 '금기어'로 굳은 단어를 쓴 것이 과연 적절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흑인을 호칭하는 대표적 단어는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니거'는 가장 잘 알려진 비하적 표현으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17세기부터 쓴 이 단어에 대해 "흑인에 대한 경멸적 호칭"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원래부터 비하적 의미는 아니었다. 어원을 따지면 '검다'는 뜻의 라틴어 '니게르(niger)'에서 파생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는 배에 실려온 흑인 노예를 가리키기도 했다. 언어학자들은 '니거'라는 단어가 20세기 초반부터 모욕적 표현으로 굳어졌다고 보고 있다.

어원이 같은 '니그로(Negro)'는 좀 더 중립적인 의미이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지식인 계층에서는 '흑인 예술(Negro art)' '흑인 음악(Negro music)' 등의 단어가 비하하는 뜻 없이 쓰였다. 유명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박사도 1963년 불후의 연설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에서 동족을 가리키며 '니그로'라는 단어를 15번이나 썼다.

1950년대부터 일어난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 영향으로 '니그로'도 점점 부적절한 단어가 됐다. 노예화와 차별의 그릇된 역사를 상기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역시 대표적 흑인 인권 운동가 맬컴 엑스는 '블랙(black)'이라는 영 단어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이는 1990년대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됐다.

현재는 공식 석상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이라는 호칭이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