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태양과 짙은 쪽빛 하늘. 시시때때로 축제가 열리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 뜨거운 여름도 스페인에서라면 즐거운 경험이 된다.

르네상스기에 번성했던 성곽도시 쿠엥카(Cuenca)에 지어진 '허공에 매달린 집'(좌)과 스페인의 식문화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핑거푸드인 ‘타파스’(오른쪽, 위·아래).

스페인은 미술, 건축, 음식, 자연, 문화유산, 쇼핑 등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관광지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 외에도 ▲자동차로 지중해의 하얀 마을 미하스, 네르하, 프리힐리아나를 여행하는 힐링 투어 ▲수도 마드리드 근교인 세고비야, 아란후에스, 톨레도를 아우르는 역사 탐방 투어 ▲북부 지역의 칸타브리아와 아스투리아스를 돌아보는 버스 투어 등이 대표적인 테마여행이다.

낙천적인 스페인 국민들은 축제도 열성적으로 즐긴다. 한여름에도 마찬가지다. 7월에는 팜플로나(Pamplona)의 ‘산 페르민’ 축제, 8월에는 부뇰(Buñol)의 ‘토마토 축제’가 인기를 끈다. 산 페르민 축제는 축제기간 내내 벌어지는 볼거리인 소몰이로 유명하다.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스페인은 관광산업 경쟁력도 전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힌다. 지난해 스페인을 찾은 관광객 수는 6500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다. 스페인은 2015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141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행·관광산업 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등 쟁쟁한 나라들을 모두 제쳤다. 2014년 기준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1조585억유로 중에서 관광산업의 비중은 11%다.

지난해 스페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약 16만7000명이다. 스페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올해는 1~5월 관광객 수가 16만명에 육박했다. 대한항공은 일주일에 세 번 마드리드 직항평을 운행하고, 아시아나항공 등 14개 항공사가 한국과 스페인을 오간다.

스페인의 치안이 불안하진 않을까. 스페인정부관광청(이하 스페인관광청)은 “대도시 쇼핑몰 출입구처럼 사람이 붐비는 지역에선 소지품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라며 “소매치기가 많다거나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소도시 산세바스티안 라콘차 해변의 전경.

스페인 여행 전문가인 이은진 스페인관광청 부장(사진)에게 숨은 명소와 즐길거리를 추천받았다. 그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해안도시인 산세바스티안 여행을 추천했다. 산세바스티안은 인구가 20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이곳에 담긴 다양한 매력은 대도시 못지 않다. 바다의 경치와 바스크 지방의 정취, 다양한 타파스로 가득한 맛집 거리를 찾을 수 있다.

“산세바스티안에 있는 ‘비스키야 다리’는 지난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다리입니다. 길이가 100미터, 높이는 45미터에 달하죠. 도시를 감싼 라콘차 해변의 경치를 제대로 즐기려면, 양쪽 언덕인 ‘몬테 우르구이’에 올라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구시가지로 내려오면, 산세바스티안의 명물인 타파스 거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골목에 200개에 달하는 타파스 바가 모여 있어요.”

수도 마드리드에서 차로 1~2시간 거리의 소도시들을 탐방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톨레도왕국의 옛 수도이자 카스티야왕국의 정치 중심지였던 톨레도는 고딕 건축물과 엘그레코, 고야, 반다이크의 작품이 소장된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마드리드 북서부 쪽으로 1시간 거리인 ‘엘 에스코리알’에는 펠리페 2세의 궁전이 있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엄격한 절제미가 돋보이는건축물이예요. 왕궁과 성당, 수도원으로 구성돼 있죠. 궁 안에는 펠리페 2세의 침실과 왕실의 묘, 왕립 도서관, 이탈리아 화가들의 명작을 모아둔 미술관 등이 있습니다. 엘 에스코리알은 근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나는 도시예요. 안달루시아 지방의 협곡 마을인 론다, 마드리드에서 1시간 떨어진 소도시 세고비아 등도 꼭 한번 가봐야할 관광지입니다.”

과일, 야채, 육류, 해산물 등 식재료가 풍부한 스페인은 ‘유럽의 부엌’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해안 지역에선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 내륙 평야 지방에는 육류와 채소로 만든 요리가 발달했다.

이은진 스페인정부관광청 부장.

“스페인에서 꼭 맛봐야 할 요리를 말하자면 돈키호테의 고장인 라만차의 ‘양고기 스튜’, 나바라 지역의 ‘연어 요리’, 세고비아의 ‘새끼 돼지 구이’, 스페인의 대표 요리인 ‘빠에야’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여름에는 차가운 ‘가스파쵸 수프’가 별미입니다. 잘 익은 토마토와 피망, 올리브오일, 얼음을 곱게 갈아 시원하게 마시는 전채 요리예요.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데다 생 야채로 만들어져,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웰빙 음식입니다.

스페인의 음식을 이야기할 땐 와인도 빼놓을 수 없지요. 리오하(Rioja) 지역의 와인은 프랑스의 양조기술을 그대로 배워와 만듭니다. 리오하의 레드 와인은 ‘스페인의 보르도 와인’이라 불릴 만큼 명성이 높아요. 여름 날씨가 뜨겁고 건조해 이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가 특별한 맛을 내기 때문이죠. 전체적으로 향기롭고 맛은 깔끔한 게 특징입니다. 스페인 남부 헤레스(Jerez)와 바야돌리드의 루에다(Rueda)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디저트 와인인 셰리(Sherry)로 유명합니다.”

오랜 역사가 남긴 문화유산이 곳곳에 자리한 스페인. 비슷비슷한 호텔에서 머무는 게 지겨워진 여행자라면 파라도르(Parador)를 찾아볼 것. 파라도르는 중세의 수도원, 고성, 영주의 저택 등 역사적인 건축물을 개조한 국영호텔로, 스페인 전역에 약 100곳이 영업 중이다. 냉방장치나 샤워시설 등은 현대적으로 손봤지만, 고가구와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인테리어에선 옛 정취가 묻어난다.

“특히 론다, 말라가, 쿠엥카, 톨레도, 친촌, 그라나다의 파라도르가 전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가격대는 1박에 120~300유로사이로 일반 호텔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파라도르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겁니다.”

스페인 여행에 대한 정보는 스페인관광청 홈페이지(www.spain.info)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파라도르 숙박은 전용 홈페이지(http://www.parador.es/en)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