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마옥리 19만㎡ (약 6000평) 크기의 마옥저수지엔 물이 거의 없었다. 저수지 반 정도는 진흙 바닥을 드러냈고 나머지 반도 20~30㎝ 정도만 물이 찬 상태였다. 저수지는 이맘때쯤이면 1~2m 정도 물이 차 있어야 했다. 한 마을 주민은 "어제 비가 조금 오다 말아 바닥만 겨우 찼다"고 했다. 마옥저수지에 물이 없는 이유는 피라니아·레드파쿠라는 외래어종 발견 사건 때문이었다.

지난달 말 한 낚시꾼이 저수지에서 레드파쿠를 봤다는 신고를 했다. 환경부·원주지방환경청·횡성군은 투망·낚싯대 등으로 외래어종 4마리를 잡았다. 물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는 놀랍게도 레드파쿠 1마리와 피라니아 3마리였다. 피라니아는 아마존강의 '식인 물고기'로 알려진 어종이었고, 레드파쿠는 피라니아의 사촌쯤 되는 물고기였다.

환경 당국은 지난 6~7일 이 저수지 물을 모두 빼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김봉필 주무관은 "우리나라에도 식인 물고기가 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국민이 많아 아예 저수지 물을 다 빼고 확인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후 마옥저수지 인근에 있는 섬강 유역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피라니아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환경 당국은 피라니아 등이 국내에선 생존하기 어려운 어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국내에도 이런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특수한 환경이 있는 건 아닌지 등을 놓고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피라니아, 국내서 살 가능성은 낮다지만…

유튜브에서 피라니아를 검색하면 살벌한 동영상들이 등장한다. 피라니아 한 마리가 눈을 번뜩이다 물뱀에게 달려들자 순식간에 핏물이 번진다. 흙탕물이 가시자 살점이 뜯겨 너덜너덜해진 물뱀이 보이는 식이다. 피라니아에 대한 공포는 영화 '피라냐(1978년)'를 통해 극대화됐다. 영화 속 피라니아는 거침없이 사람을 물어뜯으며 공격했다.

전문가들은 피라니아가 그 정도로 위험한 물고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위해생물연구부 김수환 연구원은 "피라니아는 기본적으로는 피를 흘리는 동물의 사체나 다른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다"고 했다. 또 큰 떼를 지어 다니지 않을 경우 공격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먹이가 있을 경우엔 다른 생물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존 강가에서 관광객들이 피라니아에 물리는 사고가 드물게 발생하지만 그때도 손을 살짝 무는 정도일 뿐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한다.

육식성 어류인 피라니아는 남미 아마존강에 주로 서식한다. 1년 정도 자라면 길이 30㎝ 길이의 성어(成魚)가 되며 11월~4월 사이 한 번에 약 50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그중 살아남는 비율은 10% 미만이다. 수명은 20~25년이다. 피라니아와 비슷하게 생긴 레드파쿠는 잡식성으로 주로 식물의 열매 등을 먹는다. 다 자라면 80㎝까지 크지만 피라니아보다는 순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피라니아가 국내 환경에선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열대성 어류이기 때문에 섭씨 25도 이상의 수온이 최적의 생존 환경이고 수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얼어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피라니아가 국내 환경에서 '생존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수원의 한 강가에서 무리로 발견된 틸라피아는 준열대성 어류였다. 이 물고기도 원래대로라면 겨울을 견딜 수 없지만 1년 넘게 살아남았다. 강원대 최재석 어류연구센터장은 "알고 보니 강 상류에 사우나가 있어 일년 내내 뜨거운 물을 공급해주고 있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피라니아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위험성과 번식 가능성을 확언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효식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장은 "국내 생태계에서 피라니아와 레드파쿠가 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어 현 시점에서 생존 가능 여부나 서식 환경의 적정성 등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가 장악한 배스, 무단 방류 피라니아

국내 강이나 호수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어종이 서식하는 경우가 있다. 배스와 블루길이 대표적이다. 두 어종은 1970년대 부족한 식량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강한 번식력을 갖고 있어 국내 하천 등에 널리 퍼졌다. 한국민물고기연구소 송호복 소장은 "팔당댐만 해도 물고기의 30% 정도가 외래종인 배스·블루길"이라고 했다. 이미 토착화된 외래종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강원대 최재석 교수는 "퇴치보다는 개체 규모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인간에게 해로운 어종이 유입되는 경우이다. 환경청은 이번에 발견된 피라니아는 누군가 관상어로 키우다 무단 방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관상어 처리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키우는 것도 방류하는 것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한국관상어협회 관계자는 "관상어는 길어야 2~3년 후 자연사하기 때문에 처리 규정을 따로 만들어놓지 않았다"며 "피라니아의 경우 대형수족관이나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키우는 사람도 많지 않아 관련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에도 무단 방류된 관상어가 종종 발견되긴 했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열대어종이고 겨울이 되면 폐사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환경부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아 왔다.

환경부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 중이다. 권군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생태원과 협의해 피라니아와 레드파쿠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위해우려종 지정 여부는 인체 유해성, 생태계 확산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되면 환경부장관의 승인 없이 수입·반입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연구용 외에는 국내에 들여올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