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RTS1 방송화면. 다섯 번째 공이 추첨기에서 나오고 있는데 화면에는 이미 당첨번호가 표시돼 있다.

세르비아에서 복권 추첨 방송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지난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날 세르비아 공영방송 RTS1은 복권 추첨 방송을 생중계했다. 추첨은 번호가 적힌 공이 추첨기 밖으로 굴러나오면 진행자가 공을 확인해 당첨번호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 번째 당첨번호가 발표될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4번, 33번, 12번 공이 차례대로 추첨기에서 굴러나왔고, 화면에도 4·33·12가 차례대로 표시됐다.

논란은 네 번째 숫자를 뽑는 순간 시작됐다. 27이라 적힌 공이 굴러나왔지만 화면에는 21이 표시됐다. 시청자들이 의아하게 여기던 찰나, 화면에는 다섯 번째 당첨번호로 21이 표시됐다. 다섯 번째 공이 추첨기를 빠져나오기도 전이었다. 그 뒤에 굴러나온 다섯 번째 공은 놀랍게도 21번 공이었다.

세르비아 언론은 일제히 이 ‘사고’를 대서특필했고, 사전에 정해놓은 번호대로 당첨되도록 추첨기가 조작돼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르비아국영복권회사는 27번 공이 굴러나온 순간 그래픽 담당자가 실수로 21을 표시했고, 그 뒤에 21번 공이 뽑혔을 뿐이라면서 이 사건이 “순전한 우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복권회사 사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세르비아 경찰은 추첨기를 압수하고, 진행자 등 추첨 관련자 6명을 소환해 추첨기를 조작했는지 추궁했다. 조사에는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총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복권 추첨에서) 어떠한 범죄행위라도 있었다면 관련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