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의 혼외 만남을 주선해 '불륜 조장 사이트'로 꼽혀온 '애슐리 매디슨'을 해킹한 '임팩트팀'이 회원 3500만여명의 개인 정보를 웹에 공개해 미국·영국 등에서 후폭풍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는 21일 "임팩트팀이 애슐리 매디슨 설립자의 이메일과 이 회사 사이트의 소스코드 등을 담은 대규모 파일을 추가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공개된 정보의 규모는 20GB(기가바이트)로 이틀 전 공개된 회원 정보(9.7GB)의 2배 이상이다.

이날 AP통신은 "해커가 공개한 회원 정보를 분석한 결과, 백악관과 법무부 등의 공직자 다수가 명단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회원 정보엔 이름·이메일 외에도 카드 결제 내역, 성적 취향 등이 포함돼 있다. AP는 또 "미 국무부와 국방부를 비롯해 국토안보부·법무부 등 부처 공무원들이 사무실 컴퓨터로 애슐리 매디슨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소속 기혼 여성 의원 미셸 톰슨을 비롯해 정부 공직자(124명), 군 관계자(92명), 경찰(50여명), 대학 관계자(1716명) 등의 이메일이 명단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 톰슨 의원 등은 "이메일은 도용당한 것"이라며 가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반면 평소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해온 미국 방송인 조시 더거는 가입 사실이 드러나자 "위선적 행동에 대해 가족의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유출 파문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아직은 공개된 정보가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이른바 '어둠의 인터넷(dark web)'에 올라 있지만, 조만간 누구나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영·미 외신은 "자료를 입수한 전문가들이 일반 공개용 사이트를 이미 구축 중"이라고 전했다. 유출된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도 여러 곳 생겼다.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애슐리 매디슨 회원의 세계 분포 지도도 공개됐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과 북미에 많았다. 한국은 서울·대전 순으로 회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한국 회원은 약 20만명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애슐리 매디슨에 정보 유출 책임을 묻는 7억6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집단 소송을 캐나다에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