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모 환자 천만 명 넘어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이모씨(40)는 얼마 전 1000만 원을 주고 모발이식 수술을 했다. 아버지가 탈모가 있어 20대 중반부터 탈모가 시작됐다. 탈모를 막기 위해 흑채·탈모 샴푸 사용은 물론, 탈모 예방에 좋다는 두피관리실도 2주에 한번 꼴로 다녔다. 머리 볼륨감을 높이기 위해 두세 달에 한 번씩 퍼머도 했다. 이씨는 “탈모 때문에 15년 간 매달 20만원 정도는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모는 계속 진행됐고, 결국 지인의 권유로 모발이식 수술을 결심했다. 뒷머리와 옆머리 4500모를 머리 앞쪽에 심고, 앞으로 머리가 더 이상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약을 먹고 있다. 이씨는 “15년 간 탈모를 막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비용을 지출했지만, 결국은 모발이식까지 했다”며 “미리 약을 먹는 등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비용 지출도 줄이고 탈모 진행도 잘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탈모 환자는 국내 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대한모발학회) 국민의 20%가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탈모 샴푸 등 탈모 관련 제품, 의약품, 가발, 탈모 치료 병·의원, 두피관리실 등 탈모 관리 시장은 2014년 기준 4조원이 넘는다(MSD 마켓리서치).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의학적인 진단이나 치료보다 비의학적인 것들에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고 말했다. 탈모 관리 시장에서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 미만이다.
탈모는 당장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위중한 병은 아니지만, 본인이 탈모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확한 의학적 진단을 받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탈모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의 영향, 면역체계의 이상, 영양 결핍, 특정약물 사용, 출산·발열·수술 등의 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빈혈이나 갑상선기능이상과 같은 질환이 있어도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 권오상 교수는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탈모로 병원에 가기까지 7.3년이나 걸린다. 평균 4.2회 자가 치료 시도 후에 병원을 방문하는데, 이는 미국 3.4회, 프랑스 2.1회, 독일 2.3회, 일본 3.1회 보다 높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비의학적인 치료에 매달리다 보면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박탈 당한다”며 며 “임의로 탈모 관리 제품 등을 사서 쓰기 전에 정확한 진단 먼저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탈모 유형별 치료법] 정수리 휑한 '휴지기 탈모', 영양 결핍 해소해야
취재=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탈모라고 다 같은 탈모가 아니다. 남성형 탈모, 휴지기 탈모, 원형탈모 등 유형이 다르고 그에 따른 해결책도 다르다. 평상시 보다 머리가 많이 빠진다고 느낀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유형의 탈모인지, 개선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1. M자형으로 시작하는 남성형 탈모
=이마부터 M자형태로 머리가 빠지다가 정수리까지 점점 탈모가 확대된다.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대사를 통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라는 남성호르몬으로 변하면서 생긴다. DHT는 모낭에 침범해 모낭을 위축시킨다. 그러면 모낭에서 나오는 머리카락은 점점 가늘어지고 결국에는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다. 유전적으로 DHT에 민감한 사람에게 남성형 탈모가 생기는데,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전체 탈모의 70~80%는 남성형 탈모이다. 치료는 약물이 핵심이다.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바뀌지 않도록 하는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약을 쓴다. 그러나 이 약들은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있어 가임기 여성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성은 미녹시딜 성분이나 알파트라디올 성분의 바르는 약을 쓴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는 "약을 쓰면 70%에서는 머리가 나는 등 효과가 좋고, 20%는 약간 개선되며 10%는 현상 유지를 한다"고 말했다. 탈모 초기에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가 더 좋으며, 약은 평생 먹어야 탈모 방지가 된다.
2. 출산·다이어트 후에 오는 휴지기(休止期) 탈모
= 출산이나 심각한 스트레스, 다이어트로 인해 모발 성장과정(성장기퇴행기휴지기) 중 머리가 빠지는 휴지기가 길어지면서 나타난다. 여성에게 많으며, 남성형 탈모와 달리 이마의 헤어라인은 유지되지만 정수리 부위에 머리카락이 가늘고 짧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약 은 없다. 시간이 지나거나, 영양 결핍을 해소하면 머리카락이 다시 난다. 좀더 빠른 개선을 원한다면 머리카락의 원료가 되는 케라틴, 바이오틴 등의 성분이 든 약을 먹기도 한다.
3. 면역체계 이상 때문에 오는 원형 탈모
= 한 두개의 작은 원형 탈모반이 생기는 탈모다. 대개 스트레스가 원인이지만, 일부는 면역체계 이상으로 면역계가 자신의 모낭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80%가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재발도 잦다. 심하면 전신 탈모증이나 전두(全頭) 탈모증으로 악화된다. 원형 탈모 치료는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한다. 전두 탈모증 등 심하면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
4.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노화성 탈모
= 사람은 태어날 때 두피에 모낭이 10만 개정도 되지만 늘지는 않고 계단식으로 줄어든다. 또 모낭은 평생 빠진 머리카락을 다시 만드는 것을 반복하는데, 노화가 되면 머리카락 재생 능력이 떨어지면서 탈모가 생긴다. 노화성 탈모는 약을 써도 낫지 않는다. 단백질 식품을 먹는 등 탈모 악화를 막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여성 탈모, 질병 원인 일수도
여성은 질병이 원인이 돼 탈모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다낭성난소증후군(하나의 난자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고 여러 개의 난자가 한꺼번에 성숙해 배란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이다. 이 병이 있으면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는데,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모낭을 공격, 탈모가 생길 수 있다. 갑상선 질환도 탈모와 연관이 있다. 갑상선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으면 모낭 활동이 둔해져 머리카락이 잘 빠진다.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일 때도 과도한 에너지 소비로 영양분이 머리카락에 고르게 전달되지 않아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빈혈도 탈모의 원인이다. 철이 함유된 단백질인 페리틴은 모발 성장에 작용하는데, 빈혈이 있으면 부족한 철분 보충을 위해 페리틴이 혈액으로 이동해 탈모가 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유박린 교수는 “여성 탈모를 진단할 때는 난소·갑상선 기능, 월경 양과 기간 등을 고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낭 파괴되면 모발이식 해야
남성형 탈모가 지속 돼 모낭 자체가 파괴되면 약을 써도 머리카락이 다시 나지 않는다. 이 때는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임이석모발이식센터 임이석 원장은 “약물 치료 등을 충분히 해보고 효과를 못 보는 사람이 모발이식 수술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두피에는 평균 10만개의 모낭이 있는데 이중 뒷머리와 옆머리에 분포한 2만 5000개는 잘 빠지지 않는다. 모발이식 수술은 뒷머리나 옆머리에서 두피를 잘라내 모낭을 분리한 다음 탈모 부위에 심는 방법이 있고(절개식), 두피를 절개하지 않고 모낭을 일일이 뽑아 탈모 부위에 심어주는 방식(비절개식)이 있다. 임이석 원장은 “절개식은 흉터가 크지만 모발 생착률이 높은 장점이 있다”며 비절개식은 흉터는 작지만 모발생착률이 절개식보다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 탈모 부위가 작을 때 시도한다”고 말했다. 모발이식 수술을 해도 약을 복용해야 남은 머리가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