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고법은 수도권의 시장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던 그로서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유무죄 판단은 1심과 같았고, 추가된 혐의도 없었는데 단지 '1심의 형(刑)이 부당하게 가볍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무죄를 주장하거나 몇 달이라도 형을 깎을 생각으로 피고인들이 항소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항소심에서 양형 판단을 이유로 오히려 형을 높이면서 피고인 입장에서는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인' 경우가 자주 생기고 있다. 강력 사건의 경우는 더 흔하다. 지난달 21일 이혼 소송 중 아내의 이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남성은 1심에선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을 청부 납치해 돈을 빼앗으려다 죽음에 이르게 한 여성은 징역 10년의 1심 대신 2심에선 징역 13년을 선고받았고, 술 마시고 난동 부리던 아들을 살해한 40대 어머니도 1심 징역 3년에서 2심 징역 5년으로 높아졌다.

[[기관 정보] 검찰]

항소심에서 형이 높아지는 것은 양형 판단이 꼼꼼해진 탓이 크다. 2심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지자체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지역 개발과 관련된 허위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혐의로 기소됐었다. 1심은 '후보자 비방의 정도가 약하다'며 형을 깎아줄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선거 막바지인 지난해 5월 27일부터 선거일인 6월 4일까지 걸었기 때문에 형을 가중할 사유인 '선거일에 임박한 경우'라고 판결했다. 물론 그는 '허위 내용이 아니다'라며 상고한 상태여서 당선무효 여부는 대법원서 결정된다.

검찰의 항소율이 높아지는 추세도 항소심에서 형량이 높아지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원래는 '불이익 변경금지(不利益 變更禁止)' 원칙에 따라 피고인만 항소하면 항소심에서 형을 올릴 수 없다. 그런데 검찰의 항소율이 2013년 8.7%에서 2014년 10.6%, 2015년 상반기 11.4%로 높아지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형을 높일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형이 높아지지는 않더라도 1심을 그대로 인정해 항소 기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항소 기각률은 2013년 57.3%, 2014년 58.5%, 2015년 상반기 60%로 높아졌다. 10건 중 여섯 건은 1심과 결론이 같고 나머지 네 건도 적용 법조가 바뀌거나 범죄 사실이 추가되는 등 법률적 이유가 대부분이다. 항소심을 맡은 한 부장판사는 "항소심에 와서 합의하는 등의 사정 변화가 없으면 거의 형을 깎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3일 항소심의 양형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면서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불법 도박 개장으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 1심에서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는 무려 징역 4년으로 높아졌다. 대법원은 이렇게 2심 형량이 파격적으로 높아진 데 대해 "항소심 재판부의 고유 재량"이라고 판단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형사사건 항소심을 맡기가 두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감형에 따른 성공보수 약정은 그야말로 옛말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조차 "요새 항소심은 예측하기도 힘들고, 형량도 들쭉날쭉하다"고 말할 정도다. 한 국선 전담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돼 비난을 받은 범죄일 경우 피고인에게 '항소하면 결과가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미리 얘기해 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일단 항소하고 보자'는 항소권 남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기대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1심 존중 방향은 점점 강화될 예정이어서 막연히 형을 깎아주리라는 기대로 항소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