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내년 미국 대선의 유력 주자들은 저마다 중산층(middle class) 살리기를 중요한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잣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중산층의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CNN머니는 이와 관련해 16일(현지시각) 소득과 자산, 소비와 연령대 등 다양한 기준에 따른 중산층 구분법을 소개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나이와 교육수준, 인종을 결합한 중산층 구분 방식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소득이나 자산 규모는 계층 구분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너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학과 경제학을 결합한 좀 더 복잡한 중산층 구분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종에 따른 구분이다(표 참조). 0~39세의 경우에는 인종에 관계 없이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 중산층으로 분류 된다. 하지만 40~61세의 경우 백인과 아시아계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에 속하는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은 대학을 나와야 중산층에 들어간다.
62세 이상의 경우 대졸 백인과 아시아계는 상류층(thrivers)에 포함되지만, 흑인은 대학을 나오더라도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미국 사회에서 흑백갈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지난 달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사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지난해 백인 경관의 총격에 목숨을 잃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사망으로 폭동이 발생한 퍼거슨시도 세인트루이스 외각의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에 속해 있다.
◆ 소득·자산에 ‘열망’(aspiration) 기준 구분도
미국에서 중산층의 판단을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은 소득이다. 하지만 소득에 따른 기준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은 4인가구 연 소득을 기준으로 상위 20%와 하위 20%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중산층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리서치센터는 최근 조사에서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연 소득이 4만6960달러(약 5490만원) 이상 14만900달러(약 1억6000만원) 이하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라도 예금과 부동산 등 보유한 자산 규모만 충분하다면 중산층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 중에는 소득보다 자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뉴욕대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울프 교수는 보유 자산 기준으로 상위와 하위 20%씩을 제외한 중간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본다. 이 구간을 자산 규모로 환산하면 자산이 전혀 없거나 자산과 부채의 합이 제로(0)인 가구부터 보유 자산 가치가 40만1000달러(4억6700만원)인 가구까지가 중산층에 포함된다.
소비에 따른 구분도 있다. 계층 구분에 있어 소득보다 소비가 더 정확한 잣대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지급하는 식품교환권(Food Stamp)과 각종 상품권 등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현금(non-cash) 자산의 증가를 이유로 든다.
미국 노트르담대 경제학과의 제임스 설리반 교수는 음식과 교통, 주거비와 여가비 등의 지출을 기준으로 연 지출 3만8200~4만9900달러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상속에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계층 구분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당선 직후 중산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당시 프로젝트를 맡은 태스크포스팀이 중산층 구분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소유하고 싶은 집과 자동차, 자녀교육과 가족여행 등에 대한 열망(aspiratio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