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50 중에서 1~10위는 순위를 밝혔으나, 나머지 40곳은 순위 없이 가나다순으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코릿 조직위원회는 "최고 맛집 50곳을 공정하게 가려 국내와 해외에 널리 알린다는 게 코릿의 출범 취지였지, 식당 줄 세우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톱50은 코릿 홈페이지(www.kor-eat.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위 밍글스-된장을 더한 크렘브륄레
전통 장과 식재료에 대한 창의적 접근이 돋보인다. 대표 메뉴인 ‘양갈비’가 그렇다. 양갈비에 된장을 발라 숙성시키고 채소를 말려 곱게 부순 가루를 발라 숯불에 굽는다. 양갈비는 분명 외국에서 들어온 재료, 하지만 그 맛은 어딘가 한국적이다. 그렇다고 전통 한식과는 전혀 다르다. 프랑스 대표적 디저트 크렘브륄레(달걀·설탕·크림을 섞어 만드는 커스터드의 일종)는 한국의 된장이 더해져 깊고 기품 있는 단맛으로 재탄생한다.
2위 정식당-한식을 '오트 퀴진'으로
현대 한식의 선구자다. 2009년 서울점에 이어 2011년 문 연 뉴욕점이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2개를 획득했고, 당시 정부가 추진한 한식 세계화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임정식 셰프는 한식의 특징을 오트퀴진(haute cuisine·고급 요리)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하다. 김치와 참기름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내놓는 ‘정식 스테이크’는 고깃집에서 고기를 기름장 찍어 먹고 김치로 입가심하는 데 착안했다.
3위 스와니예-조리 과정이 하나의 '쇼'
이준 셰프는 ‘서울 퀴진(Seoul Cuisine)’을 추구한다. 2015년 지금 서울에 사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을 고스란히 압축해 반영한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그는 3개월마다 ‘에피소드’라고 부르는 새로운 코스 요리를 짠다. ‘아빠 월급 날 옛날 치킨’은 어렸을 때 월급 날 아버지가 사 들고 오던 통닭을 스와니예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요리다. 셰프 개인의 추억이면서 동시에 서울에서 자라온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기억과 경험까지 요리의 영감으로 활용한다.
4위 리스토란테 에오-프랑스와 차원이 다른 이탈리아 요리의 섬세함
어윤권 셰프는 국내 특급 호텔 주방에서 6년을 일하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밀라노 포시즌스 호텔 등 최고 식당에서 일하다 귀국한 그는 “편하게 살고 싶어서” 대형 외식 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배운 고급 기술이 자꾸 생각나 참을 수 없었고, 결국 2006년 리스토란테 에오를 열었다. 이탈리아 음식에는 스파게티와 피자만 있는 게 아니며, 프랑스 요리와 차원이 다른 섬세한 맛이 있다는 걸 한국 미식가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5위 레스쁘아 뒤 이부-프랑스 맛을 제대로 내는 곳
빨간 차양부터 파리의 작은 비스트로(bistro·프랑스식 대중 식당)를 연상케 하는 레스쁘아는 양파 수프, 테린, 부야베스, 크렘브륄레 등 기본적이고 대중적인 프랑스 음식을 낸다. 그는 “프랑스에 가지 않아도 프랑스 음식을 제대로 맛봤다고 손님이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다. 코릿 투표에 참여한 많은 이가 레스쁘아를 꼽으며 “한국에서 프랑스 맛을 가장 제대로 내는 식당”이라는 평가한 걸 보면, 그는 이미 목표를 이룬 듯하다.
공동 6위 우래옥-찡하게 시원한 평양냉면
냉면을 거론할 때 첫손에 꼽히는 평안도 음식점이다. 1946년 창업해 내년이면 70년을 맞게 됐으니 냉면집으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통틀어 아주 오래된 식당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노포(老鋪)에는 가게만큼이나 오래된 지배인 김지억 전무가 있다. 올해 여든둘인 김 전무는 “화폐개혁이 일어난 1962년 들어왔다”니 50년이 넘었다. 김 전무만큼 오래된 단골이 무수히 많다. 평양냉면의 “찡하게 시원한 맛”을 변함없이 지켜온 덕분이다. 갈비, 불고기 등 고기 요리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공동 6위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마치 미술작품 같은 요리
2008년 서울 롯데호텔에 문 열면서 화제가 됐다. 세계적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이 한국에서 문을 연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가니에르는 식재료의 질감과 궁합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요리를 창조해낸다. 선과 색을 살린 예술적 터치로 미술작품을 접시 위에 올린 것처럼 아름다운 요리를 선보인다. “서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라는 백인회 평가가 많았다.
공동 8위 루이쌍끄-셰프들이 가는 가스트로펍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있는 이 식당은 저녁 6시 문 열어 새벽까지 영업한다. 오너 셰프 이유석은 “밤늦게까지 여는 곳은 고깃집밖에 없었다”며 “와인 마시기 좋은 곳이 있으면 괜찮겠다 싶어 가스트로펍(gastropub)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보리 리조토(이탈리아식 쌀 요리)와 버섯으로 채워 구운 ‘메추리’, 수란을 터뜨려 하몽(스페인 생햄)에 버무려 먹는 ‘보케리아’처럼 와인과 잘 어울리는 요리가 대부분이다. 밤늦게 주방을 마감한 요리사들이 가게를 가득 채우는 ‘셰프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공동 8위 오키친-국경을 넘나드는 파스타
오키친은 무슨 음식을 한다고 정의하기 어렵다. 이탈리아 파스타를 하지만 뉴욕과 일본의 영향이 배어 있다. 한국에서만 먹는 채소인 깻잎을 넣어 파스타 소스를 만드니 한국 맛도 깃들어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중퇴하고 “비틀스를 보러” 런던으로 날아가 호텔 주방에서 접시닦이를 하다가 재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요리사가 되어 런던과 뉴욕에서 잘나가는 요리사로 일했던 오너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씨의 독특한 이력 때문인 듯하다.
10위 라연-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
신라호텔이 8년 만에 한식당을 다시 열면서 ‘한국 대표 한식당으로 만들겠다’고 칼을 갈았던 모양이다. 책임 주방장 김성일은 “정통과 전통은 지키되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식을 지향한다”고 했다. 삼계탕의 닭고기는 삶지 않고 ‘수비드(sous vide)’로 익힌다. 진공 포장 상태로 익혀 육즙과 맛이 빠지지 않는 첨단 조리법이다. 매끄러운 서비스와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탁월한 전망까지 고려한다면 국내 최고의 현대 한식 레스토랑이라고 꼽는 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