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액세서리(accessory): 복장의 조화를 도모하는 장식품. '노리개' '장식물' '치렛감'으로 순화."
②"액세서리: 몸치장을 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물건. 반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브로치 따위가 있다."
어느 쪽 뜻풀이가 더 귀에 쏙 들어오시나요.
시인이자 영남중 교사인 박일환의 '미친 국어사전'(뿌리와이파리 출간)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비판입니다.
아마 어제(9일)가 한글날이어서 더 그랬을 겁니다. ①은 네이버 국어사전, ②는 다음의 한국어사전. 네이버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쓰고 있고, 다음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만든 국어사전을 쓰고 있죠.
박 시인의 비판 대상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입니다. 국립기관에서 펴낸 국어사전이라면 당연히 그 나라의 언어 정책과 연구 성과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성과를 갉아먹는 사전이라는 거죠.
'미친'이라는 자극적 형용사가 불편하지만, 저자가 들고 있는 사례를 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집니다.
'화내다'라는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은 "몹시 노하여 화증(火症)을 내다"라고 풀이하는데, '화증'은 "걸핏하면 화를 왈칵 내는 증세" 아닙니까. 뭐 하러 '화증'이라는 한자어를 이렇게 짝사랑해서 뜻풀이의 쳇바퀴를 돌리느냐는 거죠.
한자어 편애뿐만이 아닙니다. '조개탕'과 '조개찜'은 둘 다 표제어에 있는데, '홍어탕'은 있으면서 '홍어찜'은 없습니다. 외국어 외래어도 흔히 쓰는 말은 없고, 전문영역에서 쓰는 용어는 즐비합니다. '티슈페이퍼' '가닛페이퍼' '페이퍼크로마토그래피'는 있는데, 정작 '페이퍼'는 없는 식이죠.
하도 어처구니없어 국립국어원에 물었습니다.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더군요. 우선 이 사전은 너무 낡았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에 출간됐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사전은 2011년 판입니다. 12년 차이가 있죠. 또 국어사전의 수정과 보완을 담당하는 인력도 터무니없이 적더군요. 정규직 연구사 한 명, 비정규직 연구원 한 명. 달랑 두 명이랍니다.
하지만 나라에서 펴내는 국어사전이라면 인력이나 예산 탓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착한 몸매' 등 신조어의 표준어 문제에 쓸 시간이 있으면, 국어사전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일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