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10월 26일 서울 천왕동 남부교도소의 ‘감방’(수용 거실) 안. 함께 수용된 동료 신입들과 밥상 다리를 펼쳤다. 기다리던 점심 시간이다.

밥, 근대 된장국, 제육볶음, 깻잎, 김치가 밥상 위에 올랐다. 깻잎은 50장은 돼 보였고, 김치는 고기와 비슷한 양이었다. 하루 동안 만 감방 체험을 하는 기자들을 예우해서 일까? 양은 부족하지 않았다.

조선비즈 허욱(왼쪽 첫번째) 기자가 지난달 26일 서울남부교도소 수용 체험 행사에서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밥그릇에 밥과 국을 옮겨 담고 허겁지겁 입 안으로 음식을 가져갔다. 배가 고파서인지 솔직히 밥은 맛있었다.

밥은 흰쌀 밥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은 아니었다. 입 안에 들어온 밥알이 한참 겉돌았다. ‘바깥 세상이랑 비교하긴 어렵겠지.’ 서둘러 밥그릇을 비웠다.

기자가 수용 거실 안에서 먹은 한끼 식대는 1386원이다. 밥(주식) 가격으로 책정된 비용은 257원이다.

그래프=김연수

수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의 질은 꾸준히 개선돼 왔다. ‘콩밥’은 1986년에 사라졌다.

예전에는 쌀 30%, 보리 50%, 콩 20% 비율이었다. 1986년부터 쌀과 보리가 반 반씩 섞인 밥이 수용자에게 지급되기 시작했다.

쌀의 비율은 1989년 60%, 1994년 70%, 1995년 80%, 2008년 90%로 늘었다. 2014년 6월 25일부터 100% 쌀밥을 지급하고 있다.

수감자들의 ‘고통’의 상징이었던 콩밥이 사라지고 쌀밥으로 바뀐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12년 재소자에게 원칙적으로 쌀밥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형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보리 수매제 폐지로 더 이상 값싼 정부 보리를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리 가격은 kg당 2300원 수준으로 2100원인 정부미 보다 비쌌다.

콩 가격은 보리보다 더 비싸다. 2013년 정부 콩 수매 가격은 kg당 3000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수용자들은 쌀밥을 그리워하던 시절에는 ‘잡곡밥’을, 잡곡밥을 선호하는 시대에는 ‘쌀밥’을 먹는다.

법무부 교정 예산 중 급양비(식대)로 편성된 예산은 2013년 666억1900만원, 2014년 704억2200만원, 2015년 739억300만원으로 느는 추세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최근 수용자가 늘면서 예비비 등 추가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식대 자체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