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김혜미(26)씨는 매일 오전 8시 컴퓨터 앞에 앉아 웹카메라(웹캠)를 작동시킨다. 손바닥 크기만 한 카메라의 각도를 조절해 컴퓨터 화면에 손과 문제집만 보이게 한 후 화상 채팅 프로그램인 '행아웃'에 접속한다. 채팅창에 '오전 8시 출석 체크합니다'라고 쓰자 곧이어 다른 스터디원들의 영상도 하나둘 뜨기 시작했다. 김씨처럼 손과 문제집만 보이는 영상이다. 이들 7명은 사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이로, 각자 공부하는 모습을 화상 채팅으로 보면서 매일 10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한다. 김씨는 "혼자 있으면 딴짓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서로 지켜봐 주면 강제성이 생겨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김씨처럼 화상 채팅으로 독학(獨學) 스터디를 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웹카메라를 이용해 공부한다고 해서 일명 '캠스터디'다. 스터디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카메라를 켜고 공부하는 모습을 다른 스터디원들에게 보여주면 된다. 식사를 하거나 자리를 비울 때는 '밥 먹고 오겠다'는 식으로 채팅창에 남긴 후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한다. 서로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공부한 시간을 스톱워치로 화면에 띄우기도 한다.

주 이용자는 혼자 공부할 일이 많은 대입 재수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등이다. 네이버 공시생 커뮤니티 '공무원합격드림',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 등에는 하루에 한두 건씩 꾸준히 캠스터디 모집 글이 올라온다. 7급 선거관리위원회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명인(27)씨는 "주변을 보면 공시생 5% 정도는 캠스터디를 하는 것 같다"며 "한번 캠스터디를 시작한 사람은 이 방식에 익숙해져 절대 끊지 못한다"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캠스터디족은, 여럿이 모여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실제로 모이기는 쉽지 않아 생겨났다. 인터넷으로 함께 공부할 사람을 모집하고 화상 채팅으로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 모일 때 드는 교통비나 식비가 들지 않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고시생·취업 장수생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올 5월 기준 취업 준비생은 63만3000명으로 이 중 34.9%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 공시생은 "보통 시험 준비 첫해에는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2년째부터는 독학한다"며 "독학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캠스터디 등 강제성 있는 스터디그룹을 찾게 된다"고 했다. 실제 노량진·강남에는 학생들의 자율학습 관리를 해주는 '독학 관리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캠스터디는 독학 학원의 온라인판인 셈이다.

부작용도 있다. 집 안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찍다 보니 방 안 물건 등이 찍힐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딴짓'을 방지하려고 얼굴을 제외한 상반신 정도는 나오도록 하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여성들은 여성 전용 캠스터디를 만들기도 한다.

서로 정보를 나누다 친목 모임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강모(29)씨는 "스터디원들끼리 너무 친해져 지난 1년 새 3번이나 캠스터디를 옮겼다"며 "규칙과 벌금을 강하게 만들어놓지 않으면 스터디 분위기가 금세 흐트러진다"고 했다.

캠스터디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IT를 이용한 신개념 공부법이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독학마저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나약함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동영상 강의 등 'IT가 공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은 교육계에서도 엇갈린다"며 "타인의 감시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