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이상학 기자] "조금 편했지 않나 싶다".
한화 마무리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지난해 이맘때만 불기 시작한 '한화 신드롬'의 시작을 알린 화제의 장소였다. 나이를 잊은 듯한 김성근 감독의 펑고, 김태균·정근우 등 스타선수들도 예외 없는 혹독한 지옥훈련에 한화의 마무리캠프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언론의 관심도 뜨거워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화 마무리캠프 풍경은 많이 달라져있다. 마무리캠프 종료 일주일을 남겨 놓은 지난 22일에야 처음 취재진들이 캠프를 방문했을 정도로 관심의 밖으로 빗겨가 있었다. 프리미어12에 모든 포커스가 집중돼 있었기도 했지만 한화를 향한 관심이 꺾인 게 사실이다. 선수단의 훈련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벗어나 차분함 속에서 진행됐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김성근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번 캠프는 조금 편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은 스스로를 혹사시킬 정도로 긴 훈련을 진두지휘하며 선수 개개인에게 1대1로 붙어 지도했다. 한 번 꽂힌 선수에겐 그 자리에서 한 시간 넘게 같은 동작을 가르칠 정도였다. 그래서 한화의 훈련은 야밤에 끝났다. "양도 양이지만 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다"는 비명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 캠프에서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김성근 감독은 원포인트 레슨 정도만 할 뿐, 대부분의 훈련 시간에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이번 캠프에는 내가 간섭을 별로 안 한다.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선수도 그렇고 코치도 그렇고,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 본다. 송은범 같은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본인에게 맡겨놓았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는 작은 부상이 있거나 피로가 누적된 선수는 무리하게 훈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캠프에는 선수가 30명뿐이다. 김 감독은 "캠프에 부상자가 없다는 것이 하나의 변화다. 아프면 다 보낸다. 작년에는 선수들을 잘 몰랐지만 이제는 아니다. 재활 선수들이 내년 봄에 어떻게 돌아올지 여부에 팀이 달려있다"며 부상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비명 소리가 난무했던 지옥훈련 분위기도 아니다. 물론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처음 훈련받는 선수들은 힘들어하지만 대체로 지난해보다 훈련 양이나 강도가 낮아졌다. 특히 쉬는 날 확실하게 휴식을 보장한다는 것이 파격이다. 한 선수는 "쉬는 날이 있다는 것이 작년과 달라졌다. 쉬는 날 하나만 보고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휴식일을 보장하면서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캠프는 김 감독에 의해 쉼 없이 빽빽하게 움직였지만 올해는 대체로 여유가 생겼다. 한화 캠프가 지옥훈련이라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여전히 적지 않은 양이지만 그 안에서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재활조도 없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다. 김성근 감독의 변화가 달라진 한화를 기대하게 한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