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인 25일 미국에선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주연한 미식축구 소재의 영화가 개봉했다. 스미스를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려놓은 영화의 제목은 'Concussion(뇌진탕)'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NFL(미프로풋볼)에 CTE(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만성 외상성 뇌병증)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한 신경 병리학자 베넷 오말루 박사의 얘기를 다뤘다.

지금 미국 스포츠계는 CTE 논란으로 뜨겁다. CTE는 머리에 반복적으로 외부 충격이 이어져 신경계가 이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특히 NFL과 미식축구 선수들에게서 증세가 자주 나타나면서 이들의 보호 문제에 대한 논쟁이 계속된다.

가장 격렬한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 미 프로풋볼(NFL) 선수들은 CTE(만성 외상성 뇌병증)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는 미국 스포츠계의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다. 사진은 지난 13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휴스턴 텍산스의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장면.

NFL에서 CTE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12년 5월 주니어 서의 자살 이후다. 수비수로 12차례 올스타에 뽑힌 수퍼스타 서는 은퇴한 지 3년 만에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나중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서의 뇌에서 CTE의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해 12월엔 NFL 조반 벨처가 자기 여자 친구를 권총 9발로 살해하고 홈구장으로 와서 감독과 코치 앞에서 자살하는 엽기적 사건이 있었다. 그 역시 CTE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앞서 2010년엔 21세의 펜실베이니아대 미식축구부 선수 오언 토머스도 CTE를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스턴 대학은 지난 9월 CTE와 관련된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두뇌 사후(死後) 기증을 약속한 전직 NFL 선수 91명이 숨진 뒤 부검한 결과 95.6%인 87명으로부터 뇌진탕이나 두뇌 외상 증세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선수들은 'CTE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본인이나 가족이 두뇌 기증을 약속한 케이스였다.

CTE 논란은 NFL 선수들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직 선수 4500명이 NFL을 상대로 "경기 중 뇌 손상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배상금 규모 등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됐다.

25일 미국에서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Concussion(뇌진탕)'. NFL에 CTE 문제를 제기한 베넷 오말루 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구 상 가장 격렬한 스포츠로 꼽히는 미식축구는 때론 생명을 위협한다. 미식축구의 파괴력에 대해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폭스스포츠가 진행한 실험이 있다. 93㎏의 수비수 쿠엔틴 재머가 5m가량을 달려와 보호장구를 찬 사람 모형에 태클을 가하자 모형의 갈비뼈가 순간적으로 35㎜가량 밀렸다. 이는 시속 56㎞로 달리는 자동차가 벽에 충돌했을 때 운전자가 받는 충격과 비슷한 파워다. 미식축구 선수들은 경기 중 수십 번의 교통사고를 당하는 셈이다. 올해 사망한 고교 미식축구 선수만 7명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게 아들이 있더라도 절대 미식축구는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NFL에선 젊은 선수들의 조기 은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NFL의 20대(代) 선수 4명이 유니폼을 벗었다. 지난 3월 25세에 은퇴를 선언한 크리스 보어밴드는 "내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며 "나는 뇌질환으로 다른 이들보다 먼저 죽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뉴욕타임스는 22일 "NFL이 CTE 등 뇌질환과 미식축구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3000만달러(약 35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특별한 설명 없이 이를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식축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보스턴 대학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자 NFL이 지원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