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너무 짠 거 아니냐?" "네가 만든 건 퉁퉁 불었잖아."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요리학원. '주니어셰프 체험캠프'에 참가한 남자 중학생 2명이 직접 만든 새우크림 파스타를 서로 맛보고선 한마디씩 장난기 어린 품평을 했다. 요리법을 배우고 국내 특급호텔 식당을 견학하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인 이 캠프는 2주 과정에 수강료가 79만원이나 한다. 하지만 수강생이 몰려 당초 개설한 2개 반(한 반당 30명)에 추가로 2개 반을 더 열었다. 캠프에 참가한 홍진건(14·중 1년)군은 "조리학과가 있는 고등학교 진학이 목표"라며 "캠프가 끝나면 조리사 자격증반에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이 요리에 빠져들고 있다.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요리사를 생각하는 청소년도 부쩍 늘면서 겨울방학을 맞은 요리학원은 초·중·고생으로 붐비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요리사는 초·중·고교생 장래 희망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들어 있고, 해마다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조리학과의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2016학년도 전국 주요 14개 대학 조리학과의 수시 경쟁률은 8.7대1로 지난해 7.3대1보다 높았다. 정원이 30명인 한 대학 외식조리학과 수시전형에는 970명이 지원해 32.3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요리학원에서 열린 ‘주니어셰프 체험캠프’에 참가한 초·중·고생들이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특성화 고교 조리 계열에 진학하려는 중학생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경기 일산고 조리디자인과는 2016학년도 특별전형 경쟁률(10.66대1)이 지난해(2.2대1)의 5배 수준이었다. 다른 수도권 특성화고 조리과도 7대1에서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도 내 68개 특성화고의 전체 평균 경쟁률 2.6대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요리학원들은 주부 등을 대상으로 한 강좌 중심에서 벗어나 중·고생을 겨냥한 각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중·고생을 상대로 조리과 진학 설명회를 열고 중·고생 요리대회 준비반을 운영하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유명 요리학원은 외국 유학 준비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김모(14)양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강남의 한 요리학원 유학반을 다니고 있다. 김양은 "학원에서 조리 실습을 하면서 생활영어도 배운다"며 "다음 달 학원 소개로 방과 후 조리 실습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한 고교로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요리사가 되려는 청소년이 늘고 있어 진학 컨설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부는 요리사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음식 문화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이유로 든다. 한솔요리진로연구소 임형욱 소장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음식'이 단순히 먹을거리를 넘어 고급문화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요리사가 되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쿡방(요리 방송)'이 유행하면서 스타 셰프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요리사 열풍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TV에 등장하는 스타 셰프의 화려한 면만 보고 섣불리 진로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셰프가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중 최고급 호텔 수석셰프나 오너셰프가 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TV에 나오는 스타 셰프들의 모습만 생각하고 입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이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