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새 인물 영입 문제를 두고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20일 오전 있었던 새누리당의 두 차례 비공개회의에서는 원유철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이 김무성 대표에게 "우리도 야당처럼 인재 영입을 통해 선거에서 바람몰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서 인재 영입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공천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언론의 보도 방향이 문제"라며 '언론 탓'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총선기획단 구성 후 첫 회의를 열었다. 김 대표는 "선관위에 등록된 예비 후보 986명 중 60%가 새누리당 후보"라며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만 56명, 전직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119명, 법조계 45명, 교수 45명 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자랑한 인재 영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분들이 뛰고 있다"며 "인재라고 영입된 사람이 뿌리 박고 정치적 큰 인물로 대성하는 걸 본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인재 영입 경쟁에서 야당에 밀리고 있다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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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언급한 사람 중 '참신한 인재'가 누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장차관급 56명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이른바 '진박(眞朴)' 후보들이 포함돼 있다.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과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이명박 정부 인사도 여기 속한다. 전직 국회의원과 단체장 등 119명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포함됐고, 은퇴한 것으로 간주되던 70세 전후의 노(老)정객들도 다수다.
이 때문에 "원래 당 주변에 있던 사람들인데 이게 무슨 '새로운 인재'냐" "자기들 정부에서 일한 고위직들 출마는 '영입'이 아니라 '차출'이라고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영입 인물 중 대성한 경우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당장 박근혜 대통령도 97년 대선 패배 후 어려웠던 한나라당이 98년 4월 재보선 때 영입했고, 이회창 전 총재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입했다. 대선 주자인 김문수, 오세훈뿐 아니라 이재오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영입해서 대성한 인물은 한둘이 아니다"는 반박도 나왔다.
이날 총선기획단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의원들은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한 의원은 "비판 의견도 좀 들으시라"며 "그게 당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상향식 공천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가 아니라 '저질적 해당(害黨) 행위'"라고 받아쳤다. 한 참석자는 "순간 회의장에 침묵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정치를 잘못해서 분당(分黨)된 야당이 높이 평가될 수 없는 분들을 '인재 영입'이라고 해서 홍보하고 이것이 언론에 대서 특필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언론의 보도 방향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신의진 대변인은 "대표가 대(對)언론 홍보 문제를 지적하며 대변인들을 나무랐다"고도 했다.
곧이어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같은 사안을 놓고 2라운드 논쟁이 벌어졌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이 먼저 "인재 영입이란 말이 상향식 공천이란 당 지침과 배치되는 인상을 준다. '등용'이나 '충원'이란 말로 대체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도 "좋은 생각"이라며 "차라리 '예비 후보 초빙 공개'라고 하면 어떠냐"고 했다. 인재 영입은 없다는 김 대표의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용어 정리'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신박(新朴)'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원 원내대표는 "인재 영입은 영입이라고 해야지 뭐라고 하느냐"며 "용어 사용은 각자 알아서 하도록 둬야 한다"고 말해 분위기가 또다시 얼어붙었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 후에도 "(김무성) 대표님은 나름 생각이 있고, 저는 저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것"이라며 선거구가 늘어나는 수도권 지역의 전략 공천을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법안 처리가 주요 임무인 원내대표가 당무(黨務)에 이렇게 많이 관여한 적이 있느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