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12층 엘리베이터 앞에 '부패범죄특별수사단' 현판이 걸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도 스크린 도어 때문에 통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스크린 도어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불투명 유리문으로 설치됐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 중수부'로 불리는 특별수사단이 이날 공식 출범했다.
특별수사단은 아직 본격 수사에 나서지 않았는데도 벌써 수사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출입문도 2중으로 만들었다. 김기동 단장(검사장)은 "출입문이 열릴 때 안이 보일 수 있어 2중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곳 출입증은 수사팀에만 지급되며, 함께 건물을 쓰는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검사들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김 단장은 "특별수사단 사무실 공개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
김 단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부정부패 수사를 제대로 한번 해보라는 국민 기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수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동안 제기된 부정부패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특별수사단"이라며 "수사 대상은 인적·물적 자원을 대거 투입해야 할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 다시 말해 중대한 부정부패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은 김 단장 아래 부장검사인 주영환 1팀장, 한동훈 2팀장을 비롯해 검사 11명, 수사관 19명 등 모두 30명으로 꾸려졌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직접 멤버를 선발했다고 한다. 규모만 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정도이다. 하지만 단장과 팀장 등은 과거 대기업 비리나 정치인 수사 등 특별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다. 본격 수사가 시작되면 특별수사단에는 언제든지 추가 인력도 투입될 수 있다. 김 단장은 "특수부, 합수단 경력뿐 아니라 전국 지검·지청에서 젊은 검사들도 선발됐다"며 "경험과 노련미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가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특별수사단은 옛 '중수부 부활'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부담스러운 눈치다. 하지만 과거 중수부 수사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은 분명히했다. 김 단장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신중하게 수사할 것"이라면서도 "신속성·효율성 등 옛 중수부의 장점을 많이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수부장 출신 선배들의 격려 전화도 있었다. 김 단장은 '새가 알을 품듯이' '고양이가 먹이를 낚아채듯 적시에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김수남 총장의 말도 소개했다. 그는 "충분히 준비해서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지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은 일반 조사실보다 큰 조사실도 따로 하나 만들었다. 옛 중수부 시절 전직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들이 조사받으며 'VIP특실'이라 불렸던 특별조사실을 연상케 한다. 특조실 분위기에 압도돼 자백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가장 큰 관심사는 특별수사단의 '1호 사건'이다. 김 단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원칙만 있을 뿐 정해진 수사 대상은 없다. 뭘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특별수사단은 현재 대검으로부터 비리 첩보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사업이나 고질적인 공기업 비리 등이 우선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