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무제한 통화 공급 등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경기 침체) 탈출을 노린 지 3년이 지났다. 효과가 충분치 않자 이달 들어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놨다. 그런데도 위기감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일본의 디플레 탈출은 '성장 기업'이 얼마나 많이 생겨 일자리와 임금이 증가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성장 기업에 목말라 하는 일본에서 성인비디오 제작으로 출발해 혁신 리더로 떠오른 곳이 있다. ' DMM.com '이라는 기업이다.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일본 경제에 활력을 주는 기업"이라며 극찬했다. DMM은 1980년대 성인비디오를 만들다 1990년대 이를 인터넷으로 판매해 급성장했다. 여기서 터득한 유통 기법을 살려 온라인 게임·영어회화, 통신, 금융, 태양광패널, 벤처 지원까지 뻗어나갔다. 작년 매출은 1조6000억원, 이익은 2800억원에 달했다. 직원 수도 2013년 1600명, 2014년 2100명에서 작년 2600명으로 늘었다.
가메야마 게이시(龜山敬司·55) DMM 회장은 언론에 등장하지 않아 '수수께끼의 경영자'라 불렸는데,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닛케이 인터뷰에 처음 응했다. 그는 "사업 영역이 넓어져 외부와 협의할 일이 많아졌는데, '성인비디오 업자였던 것은 맞지만 야쿠자는 아닙니다' 정도는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시카와현 시골에서 고교를 나온 가메야마 회장은 노점상, 도박장 경영을 거쳐 비디오대여점을 시작했다. 이때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무선으로 전송받아 영화 보는 장면을 본 뒤 '비디오 대여점은 없어질 테니 콘텐츠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게 성인비디오였다. 거기에다 판매·재고 데이터 분석을 가미한 제작·유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처럼 유통 정보를 수집해 어떤 비디오가 2년 뒤 몇 장 팔릴지 예측했다. 그는 "이 플랫폼을 통해 성인비디오든 진공청소기든 재고 관리의 달인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창업 멤버는 전부 고졸이었다. 직원 절반은 회사 비디오를 훔치려다 잘렸다. 나머지는 회사의 주요 간부가 됐다. 가메야마 회장은 고졸 군단의 DMM이 잘나가는 것과 관련, "우리는 전쟁으로 치면 게릴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디 숨고 언제 공격하고 도망갈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 잘못되면 죽으니 필사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대기업 직원은 정규군이다. 우수하지만 명령에 따를 뿐, 스스로 사고(思考)하는 건 정지돼 있다"고 했다.
가메야마 회장은 "사업 수명은 인간 수명보다 짧기 때문에 기업은 계속 변신해야 한다"며 "성인비디오가 안 팔리면 태양광 패널을 팔고, 태양광 패널이 안 팔리면 다음엔 무엇을 팔까 답을 찾는 게 경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