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9시 14분 제주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1958기(보잉 737)가 오후 10시 12분 청주공항 민항기 활주로에 착륙했다. 당시 청주공항의 평균 시정(視程) 거리는 약 3.2㎞로 양호했고 옅은 안개가 군데군데 껴 있는 상태였다. 비행기가 시속 150㎞ 속도로 활주로 1300m를 지났을 즈음, 곽주홍 기장은 오른쪽에서 한 여객기가 활주로로 진입하는 것을 발견했다.

오후 10시 8분 청주공항을 출발해 중국 다롄으로 향하려던 중국 남방항공 CZ8444기(에어버스-319)의 머리 부분이 유도로(誘導路·활주로와 계류장을 연결하는 통로) 정지선을 넘어 활주로로 들어온 상태였다. 곽 기장은 황급히 기체 방향을 왼편으로 틀었고, 남방항공 여객기도 급정거했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남방항공 여객기 머리 부분을 비켜 지나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하면서 큰 화(禍)를 피했다. 청주공항 활주로의 폭은 60m, 대한항공 여객기 폭(양 날개 포함)은 35.8m이다. 두 비행기의 간격은 10여m에 불과했다. 사건 당시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승객·승무원 포함 137명, 남방항공 여객기에는 90명이 타고 있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기관 정보] 국토교통부는 어떤 일을 할까?]

곽 기장은 국토교통부 측에 "남방항공 여객기를 발견했을 때 시속 80노트(약 148㎞)로 달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효중 가톨릭관동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그 정도 속도일 때 급조작을 하면 비행기가 균형을 잃어 활주로를 이탈할 수도 있다"며 "기장이 능숙하고 침착하게 대처해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토부는 19일 이번 사건을 항공법상 '준사고(항공기 사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사고)'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로서는 남방항공 여객기 기장이 관제탑의 지시를 무시하고 활주로로 진입한 것이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20일 "기장은 반드시 관제탑의 허가를 받아야 활주로에 진입할 수 있다"면서 "남방항공 기장이 관제탑의 지시를 잘못 이해했거나 무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효중 교수도 "통상 기장이 관제탑의 지시를 그대로 복창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관제탑 지시를 잘못 이해하거나 무시해 여객기가 활주로를 침범하는 사고는 적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1~2013년 국내 관제 지시 위반 사고 총 27건 중 활주로·유도로 침범 사고가 10건으로 사고 유형 중 가장 많았다. 국토부는 남방항공 측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중국 항공 당국에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관제탑이 잘못된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관제탑을 관할하는 공군에 사건 당시 레이더 자료와 교신 기록, 활주로 CCTV 화면 등을 요청했다. 대한항공과 남방항공 측에도 기장의 진술과 교신 녹취록 등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남방항공이 회신을 보내지 않아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방항공이 자료를 늦게 보내올수록 원인 파악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남방항공 기장을 국내로 소환하거나 조사관을 중국에 파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청주 공항의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주공항 활주로는 2곳이지만 민간 항공기는 1개 활주로만 이용해 번갈아 이착륙을 해야 한다. 유도로도 민항기 전용은 1곳만 있다. 그마저도 너무 짧아 활주로 침범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청주공항에선 지난해 5월에도 먼저 착륙한 군용기가 활주로를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는 '준사고'가 발생했었다.

청주공항 국제선 이용객의 85%는 중국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를 고려한 추가적인 안전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