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공중전화 쓰던 세대고 지금은 스마트폰 세대 아니오. 우린 연 날리던 세대인데, 이젠 드론 날리고 있잖소. 민중미술도 새 시대 해석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어요. 맨날 하던 사람들끼리 해석하고 보는 거 말고(웃음)."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어둠 속의 변신'을 여는 작가 주재환(76)이 최근의 '민중미술 다시 읽기' 움직임에 대해 농반진반 말했다. "최근 2~3년간 분 단색화의 인기가 주춤해지자 이를 이을 '복고마케팅' 일환으로 소환한 장르(미술평론가 정준모)"라는 혐의도 있지만, 민중미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민중미술 작가들을 줄곧 소개해온 학고재가 그 흐름을 맞아 첫 타자로 내세운 작가가 '민중미술 1세대' 주재환이다. 피아노 외판원, 아이스크림 장수, 파출소 방범대원으로 생계를 잇다가 1979년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참여해 '몬드리안 호텔' 등 풍자와 해학 버무린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다.
민중미술 재해석의 전면에 그를 내세운 데는 특유의 해학적 요소가 큰 역할을 한다. 그의 설치작품은 민중미술 하면 걸개그림부터 떠올리는 관객들을 웃음으로 무장해제시킨다. 빨래 건조대에 걸린 생수병('물 vs 물의 사생아들'), 음표로 변한 공사장 대못('악보') 앞에 원색적인 정치 구호는 떠올려지지 않는다. 전시를 기획한 유혜종씨는 "지금까지 정치운동, 프로파간다 같은 무거운 말들이 민중미술을 누르고 있었다"며 "이젠 굴레를 걷고 작품 자체를 미학적으로 볼 때이며, 개념 미술 색채가 강한 주재환은 우선 재조명해야 할 작가"라고 했다. 전시는 다음 달 6일까지. (02)720-1524
입력 2016.03.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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