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SKY(서울대·고대·연대)도 세계 무대에선 '우물 안 개구리'였다. 국내 대학 중엔 세계 톱 10 안에 드는 '명품(名品) 학과'가 제로(0)였다. 싱가포르·홍콩·일본의 주요 대학들이 학과별 톱 10 안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며 영미권 일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과 대조적이란 지적이다.

'2016 QS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에서 국내 대학 중 세계 10위 내에 든 학과가 한 곳도 없었고, 현대언어학(영어를 제외한 언어) 학과에서 서울대 16위, 사회정책·행정학에서 서울대 17위, 재료과학에서 카이스트 18위 등을 차지한 것이 가장 우수한 성적이었다.

◇한국 대학, 이공계 강했지만 톱 10 진입 못 해

한국 대학들은 지난해에 이어 화학공학과 IT 등 이공계 분야에서 강세였지만 세계 톱 수준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2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 숫자로 따지면 가장 경쟁력이 높았던 학과는 화학공학으로 지난해에 이어 국내 10개 대학이 세계 톱 200에 이름을 올렸다. 기계·항공공학(9개), 전기·전자공학(8개)·재료과학(8개)·화학(8개) 등의 학과도 200위 안에 많이 포진했다. 주로 이공계 학과에서 200위 내 성적을 낸 학과가 많았다.

서울工大 제친 카이스트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 - ‘2016 QS 세계대학평가 학과별 순위’에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화학공학, 전기·전자공학 등 5개 공학 학과에서 서울대 공대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카이스트가 개발해 작년 국제 재난 수습 로봇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인간형 로봇 ‘휴보’가 경사진 바닥을 걸어가는 모습.

다만 국내 대학이 강세였던 화학공학에서도 카이스트 순위가 작년 17위에서 올해 19위, 서울대 19→20위, 포스텍 43→45위 등으로 소폭 떨어졌다. 공대 7개 평가 대상 학과 가운데 카이스트는 5개 학과에서 서울대 공대를 앞섰다. 나머지 2개 학과(건축학, 자원공학)는 카이스트에 딱 맞아떨어지는 관련 학과가 없어 평가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카이스트 측 설명이다. QS는 이번 학과별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6개 많은 총 42개 학과를 평가했다.

◇다른 아시아 대학은 날았다

우리 대학들이 고전하는 사이 아시아 주요 대학들은 하버드·MIT 등 같은 세계 유수 대학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아시아권 대학은 싱가포르국립대(NUS)로 10위 안에 13개 학과가 이름을 올렸다. 홍콩대는 치의학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는 등 6개 학과가 톱 10에 진입했다. 도쿄대의 경우 현대언어학(7위), 화학(8위) 등 5개 학과가 톱 10 안에 들었으며, 중국에선 칭화대·베이징대가 톱 10에 각각 3개, 2개 학과씩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우리 대학들이 정체하는 사이 다른 아시아 국가 대학들과 경쟁력이 더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학과별 최상위권 대학은 미국·영국 대학이 많았다.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대학은 미국의 MIT와 하버드대로 각각 12개 학과씩이었다.

[[키워드 정보]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QS란?]

◇지방 국립대들 글로벌 순위에 올라

비록 글로벌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일부 사립대와 지방 거점 국립대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200위 내 학과 순위에 고려대(33개)·연세대(32개)의 이름이 여전히 많았던 가운데 성균관대는 경영학은 물론 화학 등 이공계 분야에서도 고루 선전했고, 한양대도 전통의 이공계뿐 아니라 회계·재무학 등에서 2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 거점 국립대 중엔 부산대가 약학 등에서 200위 내 성적을 기록한 것을 비롯, 경북대(기계·항공공학)·충남대(약학)·전남대(농·임학) 등도 200위 내 성적을 낸 학과가 나왔다. QS의 마틴 잉스(Ince) 학문자문위원장은 "한국 대학들은 총 42개 평가 학과 가운데 40개 학과에서 2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면서 "이공계뿐 아니라 현대언어학이나 사회정책·행정학 등 인문계에서 강점을 보인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