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에서 IBK기업은행을 누르고 챔프에 등극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이 양철호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21

"하도 울어서 눈이 두꺼비가 됐어요."

무명의 선수에서 우승팀 감독으로,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41)은 꿈길을 걷고 있었다. 현대건설은 21일 기업은행을 제압하며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지도자 생활 17년만에 누린 영광이었다. 그는 "우승 하고 어떻게 밤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술도 많이 먹었다. 아침에 전화기를 봤더니 축하문자만 300개가 넘었다. 그간 고생과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나서 많이 울었다. 아침에 선수들을 봤는데 '두꺼비 같다'고 놀리더라"고 웃었다.

'선수' 양 감독은 철저한 무명이었다. 한양대를 졸업한 양 감독은 선배 김세진(OK저축은행 감독) 후배 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이 실업과 프로무대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1998년 강원도 동해의 광희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에 나섰다. 2000년 서울 중앙여중 감독을 거쳐 2006년 흥국생명 코치를 역임했던 양 감독은 고(故) 황현주 감독을 따라 2009년 현대건설의 코치로 부임했다.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양 감독은 지난해 첫 플레이오프에서 기업은행을 만나 2전패로 탈락했다. 양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인 올해 마침내 정상에 오르며 지도자로서 만개했다. 그는 "선수 양철호는 없었다. 대학 밖에 안나와서 실업, 프로의 세계를 몰랐다. 지금 있는 선수들과 함께 성장했다"며 "분에 넘치는 우승이라 생각한다. 만약 스타출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꿈 같다"고 했다.

양 감독은 이번 시즌 우승을 위해 두가지 변화를 줬다. 첫번째는 배구 스타일이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외국인선수 폴리에게 의존하며 '양철통'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는 올 시즌 토탈 배구로 변신을 꾀했다. 외국인선수로 수비형인 에밀리를 선발했다. 양 감독은 "주변에서 현대건설은 절대 우승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있었다. 지난해 외국인선수에게 의지했다면 올 시즌은 선수들이 골고루 힘을 냈다. (양)효진이 뿐만 아니라 (염)혜선이, (황)연주 다 잘해줬다. 이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두번째는 '착한 오빠'에서 '엄한 오빠'로 변신이다. 최연소 감독인 양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다정다감한 오빠 리더십을 앞세웠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변했다. 선수들이 흔들리면 작전 타임을 불러 호통쳤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는 선수들 마음을 얻기 위해 편하게 해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연습때나, 시합때 선수들에게 말 한마디 안틀리려고 했다. 내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고, 선수들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물론 뒤에서는 선수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양 감독은 "경기장에서 돌아오면 전화하거나 문자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면 서로 어색하니까 아무래도 휴대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젊은 선수들이라 좋아했다"고 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어머니였다. 양 감독의 어머니는 지난해 돌아가셨다. 양 감독은 "매치포인트까지 3점이 남았을때 어머님 생각이 계속들더라.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그런 모습 보이면 안되니까. 혼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느라 혼났다. 25년 배구를 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지낸 시간이 100일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살아계셨더라면 좋아하셨을 생각하니까. 기자회견 하면서 울었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 있는 어머니 산소로 곧바로 찾아갈 계획이다.

지도자 양철호의 인생은 지금부터다. 그는 "선수들에게 해산하면서 '여러분이 고생했는데 내가 영광을 뺏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노력하는 지도자 되겠다'고 했다"며 "선수들하고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같은 선상에서 평행으로 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부족하더라도 뒤에서 어두운 부분을 밝게 비춰주고 싶다"고 했다. 양 감독의 시선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향해 있었다. "지난해 졌을때는 그 기운이 1년 정도 갔던 것 같은데 올해 우승하니까 24시간도 안가더라고요. 다시 시작해야죠."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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