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 몰린 전 세계의 야생 호랑이 숫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이 10일 발표한 2016년 전 세계 호랑이 서식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12개국에 3890마리의 야생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까지도 7000마리 선이었던 야생 호랑이 숫자는 2010년 2154마리까지 떨어졌다. 이후 호랑이 보존을 위한 국제 협업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2014년 3500마리 선을 회복했고, 이번 조사에서 다시 4000마리 선 회복을 앞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0년 러시아에서 열린 호랑이 보존 국제회의를 계기로 호랑이 서식 국가 및 자연보호기구 등이 힘을 합쳐 범띠해인 2022년까지 야생 호랑이 숫자를 2배로 늘리자는 'TX2'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호랑이가 가장 많은 나라는 벵골호랑이의 주 서식처인 인도로, 2226마리였다. 시베리아호랑이(한국호랑이)의 고향인 러시아가 433마리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땅덩이에 비해 호랑이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히말라야의 불교왕국 부탄이었다. 남한 땅의 절반에 못 미치는 국토에 103마리가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 대부분이 험준한 산간지역이고, 국왕이 인위적 개발을 막고 자연친화적 삶을 국민에게 권장하는 분위기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