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호철(서울 오금고 3)군은 고 1 때 수학 내신이 좋지 않아 문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2학년 첫 중간고사 때 수학 내신을 100점으로 끌어올리고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던 항공정비 관련 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이공계열 학과로 교차지원할 계획이다.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해 가산점까지 받으려 한다.

최근 고군처럼 이공계 학과에 교차지원하려는 인문계열 수험생이 늘고 있다. 프라임(PRIME) 사업 등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하는 정책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심화됐다. 서울의 한 일반고 진로진학부장 임모 교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되면 각자 유불리에 따라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지원을 고려해 본다"며 "지난해처럼 수학 나형의 표준점수가 가형보다 높다면 교차지원하려는 학생 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문과생이 지원 가능한 수도권 주요 대학의 이공계열 모집단위는 13개교 33개 학과〈표 참조〉다. 총 1625명을 모집한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교차지원하는 학과는 문이과 융합 성향이 뚜렷한 전공들이다.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전공·신산업융합대학, 가톨릭대 생활과학부·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각 대학의 의류학과 등이 대표적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치한의 계열 학과에 교차지원을 노리기도 한다. 11곳에서 최소 4명(원광대 치의예과)부터 60명(상지대 한의예과)까지 선발한다. 이화여대·순천향대 의예과, 원광대 치의예과, 경희대·상지대·세명대·원광대 등 한의예과가 교차지원을 허용한다. 서울대·고려대 간호대학도 인문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선택 가능하다. 수능 응시 유형에 따라 계열별 인원을 따로 뽑거나 통합선발하는 등 대학과 학과별로 모집 방법이 다양하다. 수험생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선발하는 대학이 어디인지 미리 알아두면 좋다.

대학이 수학 가형, 과학탐구에 가산점을 주는지 확인해 유불리를 살펴야 한다. 숭실대 자연계열2는 수학 가형, 과학탐구에 응시하면 각각 10, 5%의 가산점을 준다. 단국대(죽전) 건축학과는 수학 가형에 무려 15%의 가산점을 걸었다. 의치한의계열 학과는 최상위권 수험생이 경쟁하기 때문에 적은 가산점으로도 당락이 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