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및 프랑스 국빈(國賓) 방문을 위해 12일간의 일정으로 출국했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를 찾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아프리카 순방의 의미를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데 두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26~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기회를 희생시켰다. 이번 G7 정상회담은 국제사회가 공동 추진하는 대북(對北) 제재 국면에서 올 상반기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로 평가된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최고 수위로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고강도 제재 분위기를 주도했던 박 대통령이 이 회의에 참석했더라면 단순한 옵서버 이상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윤병세 외교장관 등 외교 라인의 중대한 판단 착오다. 일본은 G7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박 대통령 초청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물밑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때문에 어렵다는 우리 측 의사를 확인하고 공식 제안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G7 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에는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54개국 정부 간 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연설을 하는 일정이 잡혀 있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2030년에 중산층 규모가 5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방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는 미래 시장이다. 그러나 '세일즈 외교'보다 훨씬 화급한 것은 '안보 외교'다.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일부 조정했더라면 G7 참가와 아프리카 순방을 모두 소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작년에는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가느라 60주년을 맞은 인도네시아 '비동맹 반둥회의'에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에도 아프리카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을 보면 외교 라인의 판단력은 완전히 고장 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설] "통합 위해 모든 것 버리는 지도자"로 大選 출마 시사한 반기문
[사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앤장 '지정 좌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