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와 에게해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백사장과 해변가의 고급 호텔, 바다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섬, 아테네 시내 아크로폴리스 인근에 있는 역사적 건물들….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 자금을 받아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넘긴 그리스가 알짜배기 자산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가디언은 "그리스 정부가 7만1000건이 넘는 각종 국가 소유 자산을 매각 전담 조직인 '자산과 참여를 위한 헬레닉공사(EDIS)'에 넘길 예정"이라며 "이는 근대 이후 유럽 역사상 최대의 민영화 프로젝트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DIS는 올해부터 99년 동안 활동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전국에서 부동산·자산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매각 전담 기관 홈페이지에는 매물에 대한 정보와 매매 결과에 대한 소식이 속속 뜨고 있다.

['파산'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는 어떤 나라?]

[[키워드 정보] 민영화란 무엇인가]

그리스 정부는 2001년까지 아테네의 국제공항 역할을 한 헬레니콘공항 일부 부지·운영권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중국·아랍에미리트(UAE)계 자본인 '람다 디벨롭먼트'사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스테르기오스 피치올라스 EDIS 대표는 "매각 작업은 6월 중으로 완료될 것"이라며 "이 부지 매각으로 9억1500만유로(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올 전망"이라고 했다.

에게해 중간에 떠 있는 미코노스섬의 '리토' 호텔도 1700만유로(약 225억원)에 팔렸다. 가디언은 "그리스 정부가 수개월 이내에 지중해·에게해 섬 500여 개와 1만6000㎞에 달하는 해변 중 일부도 매각 리스트에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 외에 대형 은행 지분과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 관련 공기업, 가스·수도 관리 회사 등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 정부는 부동산·자산 매각을 통해 올해 20억유로(약 2조6500억원)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며 "2018년까지 60억유로(약 8조원) 매각 목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대대적인 '세일'은 막대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리스 재정 적자는 2014년 기준 61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3.4% 정도다.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 등도 그리스에 눈에 띄는 '성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 재정 위기로 처음 긴급 자금 지원을 받았고, 2012년 2차, 지난해 3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연금·급여 삭감과 세금 인상 등 긴축 정책은 올해로 7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내에서는 자산 등 매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가 마치 불에 타다 남은 물건을 팔듯이 국가 자산을 '헐값'에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매물로 나온 자산은 대부분 독일·중국 등 외국 거대 자본이 사들이고 있다. 산토리니·미코노스 등 세계적인 관광지 인근 공항 14곳의 50년 운영권은 독일의 '프라포트'라는 기업이 인수했다. 지난 3월에는 그리스의 대표적 산업항인 피레우스항 운영권 지분 67%가 중국 해운사인 차이나코스코에 넘어갔다. 중소기업체 사장인 마리아 에티미우씨는 "외국 큰손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든 게 팔려나가면 그리스에 남는 것이라곤 아크로폴리스밖에 없을 것이란 자조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산 매각을 통해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달 IMF 등으로부터 103억유로를 지원받는 대가로 추가 긴축을 요구한 정부 법안을 통과시켰다. 피치올라스 EDIS 대표는 "매각된 자산들이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도 아니고, 지방 공항은 50년 후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며 "외국 자본이 공항을 훨씬 좋게 만들어 돌려주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