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주먹’ 힘이 가장 센 녀석은 누구일까?

갯가재

1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한 대학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갯가재의 ‘앞다리’ 한방이면 손가락도 잘려나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갯가재는 보통 15cm까지 자라는 갑각류로, 매우 강하고 공격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영미권 어부들은 한 어부가 갯가재에게 당해 손가락이 잘린 이후로 갯가재를 소위 ‘엄지 절단꾼’이라고 부른다. 갯가재의 집게발에, 두꺼운 수족관 유리가 금이 간 적도 있다고 한다.

마치 네온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한 것 같은 갯가재는 영미권에서는 ‘맨티스 쉬림프(Mantis shrimp·새우)’로 불리지만 가재·새우와 다른 독립된 생물종이다.

해양 생물학자들은 갯가재를 크게 '창파(槍派·spearers)'와 '주먹파(smashers)' 두 종으로 구분한다. '창파'는 창처럼 끝이 뾰족한 앞다리로 먹이를 찔러 잡지만, '주먹파'는 권투글러브를 낀 것처럼 둥근 앞다리로 먹이를 감싼 단단한 껍질을 부순다. 처음에 창파 갯가재가 발견돼, 앞다리가 사마귀(영어로 mantis) 같다고 해서 '맨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 과학자들의 관심은 주먹파. 주먹파 갯가재의 앞다리는 말 그대로 총알만큼 빠르다. 22구경의 총탄 속도와 동일하다. 인간이 눈 깜빡이는 속도의 50배. 앞다리가 지나간 자리엔 저압기포가 생기는데, 이 거품은 터지면서 약 4700도의 열기와 섬광을 내뿜는다고.

주먹파 갯가재의 앞다리가 가공할만한 충격에도 어떻게 부서지지도 않는지도 관심거리. 최근 미 캘리포니아대(리버사이드 소재) 연구진은 단단한 앞다리의 비밀이 코르크 마개와 같이 나선형으로 생긴 키틴(갑각류 껍질을 형성하는 성분)과 그 틈을 메우는 수산화인 석(인간의 치아와 같은 성분)이 내부를 구성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UC 리버사이드 연구진은 갯가재 주먹의 가장 단단한 부위 표면은 지금까지 자연에선 발견되지 않은 구조물로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현미경으로 표면 구조를 관찰하니, 화살의 오늬 모양으로 서로 어긋나게 맞추어 놓은 무늬가 발견됐다. 키틴과 칼슘의 혼합물로 만들어진 표면의 섬유조직은 물결무늬를 이뤘다. 연구진은 앞다리가 단단한 껍질을 부수려고 할 때 받는 충격이 이 앞다리 주먹 부분의 물결무늬 표면에 의해 분산된다고 본다.

연구진은 주먹파 갯가재 관찰에서 밝혀낸 코르크 마개 패턴과 외부의 물결무늬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헬멧을 만들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키세일러스는 “갯가재를 연구할수록 비행기·자동차 등 운송수단과 각종 보호 기구의 안전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최근 저널 ‘Advanced Material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