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야경·디자인 쇼핑의 홍콩

홍콩 여행이라 하면 흔히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빅토리아 피크 야경, 몽콕 야시장, 란콰이퐁의 밤거리, 명품 쇼핑과 딤섬…. 홍콩은 5년 연속 100만명 넘는 한국인이 방문한 대표적 해외여행지. 비행기로 3시간30분이면 닿기 때문에 홀로 또는 친구·연인·가족과 함께 여러 차례 홍콩을 찾는 사람도 많다.

지난번 여행에서 유명 관광지와 맛집들을 이미 돌아봤다면 이번엔 조금 다르게 즐길 차례다. '필수 코스'에서 벗어나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홍콩의 새로운 야경 명소로 떠오른 대관람차 ‘페리스휠’. 밤이 되면 보라색 빛을 밝혀 센트럴 지역 주변 마천루의 조명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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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야경 명소

홍콩의 찬란한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빅토리아 피크, 침사추이 해변 산책로, 스타 페리 등이다.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싶다면 센트럴 선착장 바로 뒤에 우뚝 선 '페리스휠(Ferris Wheel)'로 간다. 생긴 지 1년 좀 넘은 이 대관람차에 오르면 빅토리아 하버의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밤이면 화려한 보라색 조명을 밝히는 페리스휠과 주변 마천루가 뿜어내는 빛이 한데 어우러진다. 영국 런던에 있는 '런던 아이', 싱가포르에 있는 '싱가포르 플라이어'처럼 새로운 명소가 됐다. 날이 저물어갈 즈음 수많은 사람이 페리스휠 주변으로 모여든다. 가까이서 볼수록 더욱 눈부시다. 최고 높이는 약 60m. 주변 빌딩들보다는 높지 않지만 카오룽반도와 홍콩섬의 건축물을 20분간 두루 내려다볼 수 있다.

◇뒷골목 '디자인 쇼핑'

홍콩은 오랫동안 명품 쇼핑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홍콩에서만 살 수 있는 독특한 옷이나 액세서리가 '쇼핑 1순위'가 됐다. 특히 국내에 불어닥친 인테리어 열풍을 타고 홍콩에서 집 안을 꾸밀 소품을 구해오는 것이 인기다. 중국풍의 전통적 디자인에 현대적 모티브를 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홍콩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소품점이 속속 들어섰다.

완차이 인근 스타스트리트·선스트리트에는 허름한 주택가 골목 사이사이 감각적인 디자 인 매장·레스토랑·와인바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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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쇼핑몰이나 소호 지역의 할리우드로드 일대는 익히 알려진 쇼핑 천국이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곳은 완차이 뒷골목에 있는 스타스트리트다. 완차이 번화가에서 두세 블록 떨어진 이곳엔 낡은 주택가 좁은 골목 사이로 미스터 블랙스미스, 뮤지엄 컨텍스트, 케이폭 등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점이나 레스토랑, 와인바 등이 드문드문 숨어 있다. 마치 한창 뜨기 전 서울 연남동이나 익선동, 부암동을 보는 듯하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홍콩에 지친 여행자라면 빛바랜 뒷골목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소호의 끝자락엔 또 하나의 새로운 쇼핑 명소가 생겼다. 옛 홍콩 경찰의 기숙사를 개조해 만든 PMQ(Police Married Quarters)다. 60년 넘은 오래된 건물이 인테리어 소품점과 옷가게, 빵집, 카페 등이 들어찬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해 2014년 문을 열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숍이 100곳 이상 모여 있어 하루 종일 구경해도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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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경마장에서 맥주 파티를

오랫동안 영국 문화권 아래 있었던 홍콩은 영국 상류층의 여가 문화였던 경마를 일찍이 받아들였다.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해피밸리 경마장과 홍콩 최대 규모의 사틴 경마장은 현지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해피밸리 경마장에선 수요일마다 야간 레이스와 함께 맥주와 BBQ, 댄스를 곁들인 파티가 열린다. '해피 웬즈데이'라 불리는 행사다.

해피밸리 경마장까지는 2층 트램을 타고 간다. 홍콩의 도심 한복판을 트램으로 달리는 기분이 산뜻하다. 어둑어둑해지면 말이 달리기 시작하고, 그 옆으로 맥주와 BBQ를 파는 천막이 설치된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 양복을 입은 홍콩 직장인들과 멋지게 차려입은 서양 관광객들이 밴드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파티를 즐긴다. 경마 레이스는 7월 초까지 진행. 9월에 재개된다. 홈페이지(www.hkjc.com)에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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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덩어리 좁고 물가 비싼 홍콩에서 마음에 드는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럭셔리 호텔에 묵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개성 넘치는 부티크 호텔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고급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편리한 부대 시설과 교통 여건, 깔끔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공간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여행을 돕는다.

지하철 헝홈(Hunghom)역 인근 사브호텔은 원색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아무 장식 없는 깔끔한 객실부터 아티스트의 작품을 접목한 객실까지 방마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젊은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함께 묵기 좋다. 요금은 800홍콩달러(약 12만원)부터. www.hotelsav.com

사브호텔 객실

지하철 조던(Jordan)역 부근의 스테이지호텔은 홍콩의 옛모습을 간직한 야우마테이 지역에 있다. 객실 내부에 인근 관광명소를 그린 그림을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원목가구의 차분한 느낌을 살려 예술적이고 세련된 공간으로 꾸몄다. 홍콩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로비나 라운지, 바도 흥미로운 볼거리. 1200홍콩달러(약 18만원)부터. www.hotelstage.com

스테이지호텔 로비 유리창이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장식돼 있다.

홍콩 오션파크는 1977년 문을 연 이래 1억3000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 세계적 테마파크 중 하나다. 놀이공원과 동물원, 아쿠아리움이 모여 있어 아이를 데리고 홍콩을 여행한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다. 이미 케이블카를 타고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오션파크 일대 풍경을 감상해본 적 있다면 이번엔 새롭고 특별한 프로그램에 도전해보자.

무더운 홍콩 날씨에 폴라 어드벤처를 방문하면 시원한 실내에서 북극과 남극에 사는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물개·돌고래·펭귄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물개 만나기 프로그램(Seal Encounter)의 경우 직접 물에 들어가 물개를 만져보고 안아볼 수도 있다.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교육도 진행된다. 1인당 1180홍콩달러(약 17만원)부터. 인원 제한이 있으니 반드시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홍콩 오션파크 안에 있는 ‘턱시도 레스토랑’. 펭귄들을 보며 식사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찾는 손님이 많다.

턱시도 레스토랑에선 펭귄들이 헤엄치는 거대한 수조를 바라보며 펭귄 모양 피자를 먹을 수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 곤히 잠든 코알라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호주 어드벤처도 지난해 새로 오픈했다. www.oceanpark.com.hk

여행사 오마이트립은 홍콩의 특색 있는 호텔과 오션파크 등 테마파크 입장권, 교통패스 등을 판매한다. 1566-7005, www.ohmytrip.com

세계 최고의 맛이 다 모인 방콕

방콕은 태국 음식을 맛있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방콕은 대중적 음식의 천국만은 아니다.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외식) 레스토랑을 다양하게 갖춘 세계적 미식 도시이기도 하다. 방콕 수쿰빗에 있는 태국 음식점 '남(Nahm)'은 지난 13일 발표된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37위에 올랐다. 역시 수쿰빗에 위치한 '가간(Gaggan)'은 전 세계 인도 음식점 중에서 가장 높은 23위에 올랐다. 태국 음식뿐 아니라 인도·프랑스·남미 등 각국의 최정상급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가 방콕이다.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태국 음식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파인애플에 종려당(팜 슈거·palm sugar)과 간장에 조린 새우·닭고기·캐슈넛을 올린 아뮤즈부시(amuse-bouche·식전 입맛 돋우기 위한 한 입 거리)가 나왔다. 파인애플의 새콤한 맛이 새우·닭고기·캐슈넛의 달콤짭조름한 맛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태국 음식이라면 맵고 달고 자극적이라는 선입견이 일순간 깨졌다. 수석 조리장 프림 폴수크는 "태국 음식은 매운맛·신맛·단맛·짠맛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방콕 메트로폴리탄 호텔 태국음식점‘남’내부. 남은 태국어로 물을 뜻한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태국 음식 베스트]

'남'은 태국 요리의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모순된 매력을 세계에 알린 식당이다. 총주방장 데이비드 톰슨은 호주 사람이지만 미각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태국인보다 더 태국적인 혀를 가졌다. 태국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태국어를 배워 말하고 읽고 쓰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톰슨과 함께 주방을 총괄하는 태국인 수석 조리장 프림 폴수크는 "우리는 태국 음식 고유의 맛, 전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태국에서는 세상을 떠난 사람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모아 추억록(Memorial Book)을 만듭니다. 고인(故人)이 평소 즐기거나 만들던 요리 레시피도 포함됩니다. 톰슨은 왕실이나 귀족 여성들의 추억록을 헤집어 잊혔던 옛 음식들을 되살려냈죠."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국 전통 식사법의 중심에 밥이 있고, 그 밥을 먹기 위한 각종 요리가 딸려 나온다. 대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서양식으로 서빙되지만, '남'에서는 전통 태국 식사법을 따른다. 아뮤즈부시에 이어 애피타이저가 나온 다음 네댓 가지 요리가 밥과 함께 나온다.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간이 센 편이지만 과하지 않고 섬세하다.

남의 메인 코스. 태국 전통 식사 방식대로 여러 요리가 밥과 함께 나온다.

'보란(Bo.Lan)'은 '남'과 함께 방콕 최고의 태국 식당 중 하나로 꼽힌다. 태국 출신인 '보' 두안포른 송비사바(Songvisava)와 딜런 존스(Jones)는 주방과 인생의 파트너들이다. 식당 이름 '보란'은 보(Bo)에 딜런(Dylan)에서 '란(Lan)'을 떼어내 합쳐서 만들었다. 딜런은 톰슨처럼 태국어에 능통하다. 그는 "일반적으로 쓴맛과 떫은맛을 부정적으로 보고 제거하거나 감추려는 반면, 태국 요리는 쓴맛과 떫은맛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다른 맛이 너무 강하게 튀거나 도드라지지 않도록 억제하도록 활용한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했다.

: 점심 코스 1600바트·저녁 코스 2500바트(1바트=약 33원·태국 식당에서는 봉사료 10%+부가세 7% 별도 부과). 27 South Sathorn Road, Tungmahamek Sathorn

보란: 점심 코스 980바트·저녁 코스 2280·2680바트. 24 Sukhumvit Soi 53

[세계 최고 요리사는 재료를 '사냥'한다]

◇세계 최고의 맛, 방콕에 모였네

2015년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힌 '가간(Gaggan)'의 오너 셰프 가간 아난드는 "진보적 인도 요리(progressive Indian cuisine)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진보적 인도 요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그만의 인도 요리인 건 확실하다. 두 달마다 메뉴를 교체하기 위해 가간은 고향 인도로 자주 여행한다. 뭄바이 길거리에서 맛본 음식과 고향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현대적이고 창의적으로 재해석되어 전혀 새로운 맛과 형태로 접시에 담긴다.

[Tasty Honeymoon]

'미트리셔스(Meatlicious)'는 남미 고기 요리 전문 식당이다. 숯불과 장작 오븐에 구워내는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스테이크와 양갈비, 태국 토종닭은 육즙이 촉촉하면서도 불맛이 살아있다. 프랑스 총주방장 피에르 타베르니에(Tavernier)와 에콰도르·베네수엘라·대만·태국 등 다국적 요리사들이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도 진지하게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바(bar) 자리는 일부러 지정 예약할 만하다.

남미 구이요리 전문점‘미트리셔스’의 로스트 치킨. 태국 토종닭을 양념에 촉촉하게 재워놨다가‘수비드’라는 첨단 진공 저온 요리법으로 절반쯤 익힌 다음 장작 오븐에 구워 낸다.

가간: 코스 메뉴(18코스) 4000바트. 68/1 Soi Langsuan, Ploenchit Road, Lumpini, Phathumwan

미트리셔스: 아르헨티나식 치미추리 990바트(300g), 양갈비구이 790바트, 로스트치킨 490바트. 8 Sukhumvit Rd, Phra Khanong Nuea, Watthana

방콕 메트로폴리탄 호텔 방 내부.

메트로폴리탄호텔(Metropolitan by Como) 방콕 미식 여행을 즐기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알맞다. '남' 레스토랑이 바로 이 호텔 1층에 있는 데다 가간·보란·미트리셔스 모두 근처다. 센트럴 엠버시, 파라곤 등 주요 쇼핑센터도 가깝다.

방콕 메트로폴리탄 호텔 로비.

아침식사가 훌륭하다. 와플에 신선한 망고를 얹는다거나 팬케이크에 코코넛을 곁들이는 등 흔한 서양식 아침식사에 태국 식재료를 더해 맛있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 견과류와 씨앗으로 만든 '토스트'처럼 이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강식 아침식사도 8가지나 된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객실은 여성들이 좋아할 듯하다. 비수기 4000바트(시티룸 기준), 축제 기간 6000바트 등 호텔 수준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매력적이다. 27 South Sathorn Road Tungma hamek, comohotels.com/metropolitanbangkok

[이곳만은 놓칠 수 없다! 방콕의 나이트 라이프와 근교 일일 투어]

리바 수르야(Riva Surya) 왕궁, 사원 등 전형적인 방콕 관광을 원한다면 짜오프라야 강변에 있는 이 호텔이 좋다. 주요 관광지에서 가깝다. 발코니 풍경이 멋지다. 주소 23 Phra Arthit Road, Phranakorn, www.snhcollection.com/rivasurya

여행사 오마이트립은 메트로폴리탄과 리바 수르야 등 방콕의 멋지고 개성 넘치는 호텔과 다양한 항공권을 판매한다. 항공·호텔·현지 교통패스·테마파크 입장권 등 자유여행 필수 준비물을 편리하게 구할 수 있다. 1566-7005, www.ohmytrip.com

태국 음식점에서는 봉사료 10%와 부가세 7%가 따로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