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개막전 경기가 경기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잠실 야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 찬 가운데 개막전 경기가 열리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01

KBO리그 입장권 가격은 정상적인 걸까. 서울 잠실구장 레드석을 기준으로 매진되는 경기도 1만4000원, 평일 텅텅 비는 경기도 1만4000원이다. 같은 구역이라는 이유로 안전을 위해 설치된 그물망이 시야를 가리는 곳도, 위치가 좋은 곳도 가격이 같다. 한국 프로야구는 매년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 경기력이 좋아지고, 팬 수준도 높아졌다. 하지만 구단들은 매년 적자다. 시장이 커지면, 쓰는 돈이 많아진다. 선수 영입에 힘써야 하고, 팬 마케팅 비용도 올라간다. 그런데 수입은 정체돼 있다. 구단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티켓 판매 수익이다. 두산과 LG의 경우 매년 100억원 수준의 입장권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전체 수입의 40% 정도다. 구단들은 쉽게 티켓 가격을 인상하지도 못하고, 수익증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하지 못한다. 제약 요소가 너무 많다.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고척스카이돔 개장 첫 만원 관중이 찾았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넥센 팬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메이저리그 구장은 입장권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좌석별로 가격이 다르다. 한국 구장들처럼 크게 내야-외야를 갈라 5~6등급 차이를 두는 게 아니다. 같은 내야석이라도 내야, 그라운드와 가까울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뉴욕 양키스타디움 외야석의 경우, 나란히 붙어있는 블록인데도 한쪽은 70달러, 한쪽은 20달러다. 20달러짜리 구역은 페어와 파울을 가르는 폴에 시야가 일부 가린다. 포수 뒤편 가장 비싼 좌석은 한화로 백만원이 넘는데, 외야 가장 싼 자리는 몇만원 수준이다. 팬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좌석을 고른 팬은 가격에 따른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가격에 따라 확실한 가치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는 다르다. 잠실구장을 보자. 내야 레드석의 경우 1층 100 구역과 2층 200 구역은 시야가 천차만별이다. 2층은 시야에 그물이 없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응원단상과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1층 구역은 그물 때문에 어지럽고, 지대가 낮아 경기 집중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같은 레드석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같다. 차라리 응원단상 정면에 위치한 2층 레드석, 3층 네이비석 구역을 따로 나눠 더 비싼 가격에 팔고, 1층 구역은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응원단상 앞 좌석은 가장 먼저 팔려나갈만큼 인기가 높아, 가격을 인상해도 충분히 팬을 유치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상대팀에 따라 티켓 가격이 달라진다. 라이벌전, 인기팀 방문경기는 티켓 가격이 높아진다. LA 다저스 홈경기의 경우, 8월 6일(현지시각 기준) 토요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은 내야 '필드박스 MVP' 좌석 가격이 150달러다. 8월 23일 샌스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은 주중 화요일 경기지만, 최고로 인기 높은 지구 라이벌전이기에 티켓 가격이 135달러까지 뛴다. 반면, 7월 27일 수요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은 같은 좌석 가격이 100달러다.

이런 차등 정책에 불만을 갖는 팬들은 거의 없다. 수요-공급 원칙에 충실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인기가 많은 팀, 스타 선수가 있는 팀과의 경기를 보고 싶어한다. 비싸도 티켓을 산다. 구단은 티켓 가격을 높여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물론, 비인기팀과의 경기 때는 가격을 확 낮춘다. 팬들의 야구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어차피 주목도가 떨어지는 경기라면 티켓값을 낮춰 더 많은 팬들을 유치하게 낫다고 본다.

두산 베어스는 2013년 상대팀에 따라 티켓 가격을 차등하겠다고 발표했다.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가 최고 가격대 팀에 들어갔다. 국내 첫 시도였다. 하지만 두산 후 며칠 뒤 이를 철회했다. "수익 증대를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라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한국프로야구도 최근 새 구장들이 개장하면서 좌석이 다양해지고, 과감한 가격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고척 스카이돔에 자리잡은 넥센 히어로즈가 대표적이다. 고척돔에는 12개의 다른 좌석이 가격대별로 준비돼 있다. 주말 티켓 가격을 평일보다 크게 높게 책정한 곳은 고척돔 뿐이다. 1층 테이블석이 주중 5만원, 주말 7만5000원이다. LG 트윈스 홈경기 테이블석은 주중 4만원, 주말 4만5000원이다. 하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인기팀이 주말 원정을 오면, 매진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이는 충성도 높은 가격과 상관없이 티켓을 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팀이 찾았을 땐 주말 고척돔은 매우 한산하다. 한 야구팬은 "내야석 티켓 1장 가격이 2만원이 훌쩍 넘으니 부담스럽다. 진짜 응원하는 팀 경기가 아니면 갈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고 했다. 주말에는 가장 저렴한 외야 2층 비지정석(1만원)에 많은 관중이 몰린다. 더 좋은 자리는 텅텅 비어있다. 유연하게, 비슷한 돈을 지불하고 더 좋은 좌석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팬이 고척돔을 찾을 것 같다.

▶올리지 못하는 티켓 가격, 무엇이 문제인가

KBO리그 구단들도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다. 올리지 못하는 티켓 가격이 문제다. 가장 큰 시장인 서울과 부산의 경우 3년째 입장권 가격을 동결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현재 티켓 가격이 적정하다고 생각할까.

A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시장 물가 등을 고려하면 인상해야 하는 게 맞다. 현재 1만5000원짜리 기준으로 2만원 정도가 돼야 합리적인 가격이다"고 했다.

구단들은 티켓 가격을 왜 합리적으로 올리지 못할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일단 올릴 자신이 없다. 티켓 가격을 올리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B구단 관계자는 "새 구장이라면 모를까, 웬만한 개-보수로는 팬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없다. 오래된 구장을 쓰는 팀들의 경우 보수를 위해 돈은 돈대로 쓰지만, 이를 이유로 티켓 가격을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부터 구장 조명, 그라운드 흙 보수 등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팬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과감한 FA(자유계약선수) 투자도 티켓값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팬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C구단 관계자는 "야구를 못하면 어떤 얘기도 통하지 않는다. 성적이 안나는 상황에서 티켓 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면 비난이 쏟아진다"고 했다. 특수한 상황도 있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LG와 두산은 상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신축구장을 쓰고 있는 구단들도 큰 폭으로 티켓값을 올리지 못한다. 올해 개장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내야 지정석의 경우 주말 1만3000원이다. 지난해 대구시민구장 내야지정석은 주말 1만1000원이었다. 2013년 문을 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도 주말 내야석이 1만1000원~1만2000원 선이다. 이전 홈구장 티켓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신축구장 핑계로 갑자기 티켓 가격을 올렸다가는 팬들의 민심만 잃을 수 있다. 5000원 정도 차이에도, 야구를 즐기는 서민들이 느끼는 온도차는 매우 크다. 구단들도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응원해준 팬들을 감안해 큰 폭으로 인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했다.

다른 문제도 있었다. D구단 관계자는 "진짜 야구를 즐기는 팬들은 콘텐츠의 질, 경기장 환경이 좋아지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려 한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입장권 가격이 오른다는 소문이 나면 지자체, 시민단체가 곧바로 목소리를 높인다. 프로야구를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곳으로 보는 게 문제다. '야구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구단들도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도입해 좌석을 다양화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KBO리그 9개 주구장은 모두 지자체와 직접 연결이 돼있다. 구단이 소유하고 있는 곳이 없다. E구단 관계자는 "뭘 해보려 해도, 시와 협의를 해야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테이블석을 늘려 객단가를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F구단 관계자는 "선발 빅매치가 벌어질 때 티켓 가격을 높이는 걸 생각해봤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선수들이 경기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먼저 프로구단을 프로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진정한 프로라면 돈을 벌어야 한다.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는 프로니까 구단이 많은 돈을 안겨주기를 바라면서도, 구단이 수익 증대에 나서면 거부감을 나타낸다. 구단이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을 내는 건강한 구조가 될 때, 콘텐츠가 더 좋아지고, 궁극적으로 팬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많아 진다. 팬이 움직이면, 구단이 지자체 등을 의식하는 비정상적 관행은 사라질 수 있다.

구단들도 이제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던 시대라면 모를까, 현재 90% 이상의 팬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매를 한다. 좌석별, 경기별 티켓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해도 팬들이 크게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다.

또, 다른 팀이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더라도 존중해줘야 한다. 구단마다 모그룹 이미지가 있기에 다른 팀을 등급으로 나누기 힘든 게 현실이지만, 이 틀을 깨야 진정한 프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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