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란스, 헴프씨드, 테프… 이름부터 생소한 세계 각국 곡물들이 수퍼 푸드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혹자는 6대 수퍼 곡물, 10대 수퍼 곡물이라고 하는데 수퍼 곡물로 분류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최근 인기가 많아진 수퍼 푸드 중 상대적으로 많은 영양과 효능을 가진 곡물들을 정리했다.
아마란스(amaranth)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남미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5,000년 전부터 인디오들의 밥줄 역할을 해왔다. 아마란스는 단백질을 비롯해 스쿠알렌, 폴리페놀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신이 내린 곡물'로 불린다.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기능을 비롯해 면역력 증강, 노화 방지, 피부 미용 등에 효능이 있다. 또한 칼슘·칼륨·인·철분 등의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해 다른 곡물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준다. 보리, 밀 등 다른 곡류에 비해 탄수화물이나 나트륨 함량이 낮고,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이 거의 없어 체중 조절 효과도 있다.
아마란스 씨앗을 밥에 함께 넣어 먹으면 혈당 감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차로 만들어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더 커진다. 찌개에 넣거나 샐러드 위에 뿌려도 음식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화려한 색의 아마란스 꽃은 장식품이나 염료 및 식용색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메밀(buckwheat)은 '식탁 위의 생약'이라고 불린다.
메밀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칼륨, 엽산, 마그네슘, 섬유질을 비롯한 8종의 필수아미노산을 함유한다. 마그네슘이 풍부하고 비타민B군도 있어서 신경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는 효과도 있다. 메밀에 들어있는 코린 성분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한 메밀에는 '루틴(Rutin)'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루틴은 플라보노이드 배당체로 식물의 갈색 색소 성분이다. 혈관을 튼튼하게 해 고혈압 환자에게 특히 좋다. 예부터 머리에 열이 몰린 경우 메밀베개를 베고 자면 머리가 맑아지고 어지러움을 예방할 수 있다 믿어 베갯속에 메밀을 넣었다. 또한 메밀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한다. 음식을 먹고 나서 속이 울렁거릴 때 속을 개운하게 한다. 설사, 딸꾹질, 장이 자주 뭉칠 때 효과가 있다. 그러나 메밀은 소화가 잘 안 되고 많이 먹으면 풍기(風氣)를 일으켜 현기증이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소화기가 약하고 속이 찬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메밀 활용법 & 레시피
▷요즘 대세 '루틴' 메밀에 듬뿍, 어떻게 먹을까?
치아씨드는 정확히 말해 곡물은 아니며 사루비과의 일종인 치아에서 나오는 작은 씨앗으로 남미 아즈텍 문명의 주식이었다. 식이섬유 함량이 풍부하고 물에 닿으면 10배 정도 부풀어 올라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미란다 커, 한혜진 등 몸매 관리를 하는 모델들이 응용하는 재료로 알려지면서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식재료로 관심을 모았다.
치아씨드에는 단백질과 섬유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치아시드 한 큰술을 먹으면 우유 한 잔을 마실 때만큼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치아시드 100g 속 칼슘 함량은 631㎎).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은 각각 38g·16g으로, 백미의 39배·2.6배다. 혈행개선에 좋은 오메가3가 17.5g, 아연이 3.5㎎ 들어 있다. 불리지 않은 것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부피가 커져서 소화 기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생으로 먹을 때는 한 번에 두 큰술 이상 먹지 않도록 한다.
아마씨는 역시 곡물은 아니다. 혈행 개선에 도움이 되는 '알파 리놀렌산(Alpha-linolenic Acid)'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며,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하나인 '리그난((lignan)'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 이집트 국립연구센터에서는 아마씨가 골다공증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아마씨는 식이섬유가 100g당 27.3g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의 아마씨의 젤라틴 성분은 기미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날 것으로 먹으면 두통이나 복통이 생길 수 있다. 물에 한 시간 이상 담가두거나, 볶아서 먹어야 한다. 볶은 제품을 구매하거나, 깨를 볶는 것같이 볶아 먹으면 된다.
아마씨는 특히 산패(기름이 공기 중에 오래 방치돼 상하는 것)가 잘 돼 보관에 주의를 해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 김형미 팀장은 "아마씨는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산패가 잘된다"며 "산패된 지방은 암을 유발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차윤환 교수는 "아마씨유의 경우 캐나다 등에서 수입이 되는데 유통기한 이내라고 해도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산패가 된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가급적 제조년월일이 최근인 것을 구입하고 먹기 전에 찌든 냄새가 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씨와 아마씨유는 작은 것을 구입해 냉장 보관을 하고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몸에 좋은 11가지 식물성 기름 속 별별 건강 효능]
헴프씨(Hemp Seed)의 Hemp란 '대마'로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는 대마초의 그 대마가 맞다. 때문에 '마약인가?'라는 오해가 있는데, 헴프씨는 마약류가 아니다.
대마는 종에 따라 환각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 함유량에 차이가 있는데, 환각 성분 (THC)이 6~20% 정도로 높은 종은 마리화나로 분류되고 환각성분(THC)이 1~2% 이내로 낮게 함유되어 있는 종은 '헴프'라한다.
그러므로 헴프를 가공할 때 씨앗의 껍질을 벗겨내 소량 포함하고 있는 환각 성분을 제거해 헴프씨에는 환각 성분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국내에서 마리화나는 재배와 유통이 전면 금지된 반면 환각성분이 제거된 헴프씨는 먹거나 기름으로 사용해 왔으며, 헴프씨 오일로 만든 식품이나 화장품 등도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헴프씨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및 아르기닌(arginine), 오메가 등의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헴프씨 100g기준 두부의 3.9배, 닭가슴살의 2배, 쇠고기의 1.6배, 귀리의 1.8배 이상의 식물성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근육과 뼈의 성장을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아르기닌'이란 단백질이 장어에 4배에 달해 노화방지, 피부미용, 면역력을 강화에 좋다.
수수(millet)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생산되는 5대 주요 곡물 중 하나다. 수수의 항산화 활성 능력은 조의 37배, 기장의 15배나 높다. 또한 수수에 많이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암세포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화성 질환인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예방적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식품이다.
또한 타닌 성분이 들어 있어서 당뇨병 환자가 당 흡수를 조절할 때 수수를 먹어도 도움이 된다. 최근의 연구들에서도 수수추출물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수에 함유된 프로안토시아니딘이라는 성분은 방광의 면역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수수는 영양분은 풍부하지만 열량은 낮아 체중 조절을 하는 데도 적합하다. 콩과 함께 섞어 먹으면 지질과 단백질을 보완해 영양균형이 맞는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수수는 쌀을 섞은 수수밥으로도 먹지만, 수수부꾸미나 수수옴팡떡같이 별미로 만들어 섭취할 수 있다.
귀리는 섬유질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변비를 예방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좋다. 몸에 활력을 주고, 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돕는 비타민B2가 100g당 0.1㎎ 들었는데, 백미의 세 배 정도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은 각각 11g·14.3g으로, 백미의 11배·2 배 수준이다.
귀리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은 혈압을 떨어뜨리고 필수아미노산 등이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귀리는 야채주스와 함께 먹으면 좋다. 보통 귀리는 빵으로 섭취하는데 불포화지방산과 섬유질이 풍부하므로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주스와 같이 먹으면 영양상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울 수 있다.
귀리는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다. 단단한 귀리를 볶아 부수거나 눌러서 죽처럼 조리한 오트밀을 플레인 요구르트에 섞어 스크럽팩으로 사용하면 된다. 이 팩은 여드름성 피부와 민감성 피부에 좋고, 베이킹 소다에 섞으면 영양 좋은 박피크림으로 사용할 수 있다.
퀴노아는 남미에서 수천 년간 재배되고 있는 곡물로 페루어로 '곡물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퀴노아는 탄수화물 함량이 적고 칼로리가 낮으며 비타민, 단백질, 섬유소 등은 다른 곡물의 2배 이상으로 많이 든 '슈퍼 푸드'로 알려졌다. 퀴노아의 효능은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 같은 만성 질환 발병을 낮추는 것이다. 체중감량에 도움 되는 것도 퀴노아의 효능이다.
또한 퀴노아는 나트륨이 거의 없고 글루텐도 없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퀴노아에는 리신, 메티오닌, 아르기닌, 히스티딘 등 9가지 종류의 필수아미노산도 함유돼있다. 퀴노아에 함유된 지방은 90%가 불포화지방산인데, 그중 50% 이상은 원활한 혈액 순환과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는 리놀레(linoleic acid)산이다. 퀴노아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메티오닌(methionine)은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그 양은 콩의 2배나 된다. 퀴노아는 혈압을 적절히 유지해주고 골다공증을 예방해주는 효능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퀴노아를 섭취하면 좋다. 퀴노아는 다른 곡물에 비해 혈당지수가 낮기 때문이다. 미국·호주 당뇨병협회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퀴노아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혈당지수가 낮으면 음식에 포함된 탄수화물이 천천히 흡수돼 상대적으로 지방이 덜 쌓여 다이어트에도 도움 된다.
퀴노아는 쌀과 1대 1 비율로 섞어 먹으면 되고, 튀겨서 간식으로 먹어도 괜찮다. 물과 1대 1 비율로 섞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졸이면 퀴노아 소스가 돼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다. 또 퀴노아 가루를 밀가루와 섞으면 머핀, 파스타, 피자, 도우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칼로리 낮춘 건강한 디저트 '퀴노아 크리스피'
▷퀴노아의 효능, 칼로리 낮고 영양은 풍부… 맛있게 먹는 방법은?
테프(Teff)는 아프리카 북동부의 에티오피아에서 주식으로 먹는 통곡물이다. 작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슈퍼푸드다. 테프에는 식이 섬유질과 단백질, 칼슘,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다. 뼈와 피부 조직을 강화시켜주고 혈당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주로 인제라라는 빵 종류로 만들어 먹는다. 테프에는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아 흰밀가루 대신 사용하면 좋다.
생소한 곡물이지만 요리해 먹기는 어렵지는 않다. 요리 연구가 박연경씨는 "잡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15~20분 정도 삶으면 먹을 수 있다. "쌀과 섞어서 밥을 지으면 제일 쉬워요. 물을 약간 넣고 20분 정도 삶아서 비빔밥이나 샐러드에 넣으면 맛있고요. 귀리는 대충 갈아서 죽 끓여 먹어요. 콩과 함께 갈거나 으깬 두부와 섞어서 전 부쳐 먹으면 참 맛있지요. 아마씨는 갓 볶은 걸 먹으면 들깨처럼 고소한데, 오래되면 기름에 전 내가 나니 유통기한을 잘 봐야 해요."
수퍼 곡물이라도 편식하면 해로우며 위의 외국산 곡물 외에도 우리 토종 잡곡도 수퍼 곡물 버금가게 영양이 풍부한 것이 많다.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 등은 조심해야 하며, 여러 곡물과 영양소를 다양하게 고루 섭취하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