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는 변신 중이다. 낡고 버려진 건물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명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버려진 양조장 건물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텅 빈 담배공장은 미술관이 됐다. 겉은 초라하지만 속은 알찬 '외빈내화(外貧內華)'의 도시다.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중정기념관, 타이베이101 빌딩 전망대의 야경 같은 정석(定石) 여로를 벗어나면 TV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접하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 열린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왼쪽부터) 1999년까지 군 관사로 쓰였던 타이베이 시시난춘에는 전시장, 편집숍, 카페, 마을회관 등이 들어섰다. 시시난춘 건물 뒤로 타이베이 101 건물이 보인다. / 문화 공간 쑹산원촹위안취의 핵심은 1930년대 지어진 2층짜리 단배공장이다. 허름한 건물 속에 도서관을 비롯해 타이완 디자인박물관 등이 들어섰다. / 군(軍) 대공 초소로 건설됐던 언덕 위 마을은 바오창옌국제예술촌이 됐다. 중국 과자 포춘쿠키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의자 앞으로 단수이 강이 펼쳐진다.

['미식의 천국' 타이완 타이베이, 맛에 빠지다]

◇담배공장·양조장의 변신

타이베이는 '도시재생' '업사이클링(부가가치를 높인 재활용)'이 일상적인 도시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쑹산원촹위안취(松山文創園區)와 화산1914원화촹이찬예위안취(華山1914文化創意産業園區)가 대표적이다. 한때 담배공장과 양조장이었던 건물이 이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옛 시장·극장이었던 시먼훙러우 내부에는 각종 수제 소품을 파는 매장이 모여 있다.

[대만의 현대미술 총아,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쑹산원촹위안취는 1937년 일본 지배 시기 설립된 담배공장이다. 2001년 문화공간으로 바꾸면서 타이완디자인박물관, 디자인센터 등이 들어섰다. 옛 모습 그대로인 'ㅁ'자 건물의 복도는 마치 영화 '여고괴담'에 나올 법한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줄 정도다. 담배공장 건물을 그대로 살리며 리모델링한 내부 전시 공간에서 레드닷 전시전(상설), iF타이완디자인전 등이 열리고 있다. 이 건물 서관 2층에 있는 '낫 저스트 라이브러리(Not Just Library)'는 디자인과 도서관을 결합한 독특한 공간이다. 블랙 앤드 화이트의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도서관에서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된 2만여권의 디자인·미술·건축 관련 장서를 볼 수 있다. 소규모 전시도 매달 진행된다.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2013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입장료(50타이완달러·약 2000원)를 내면 온종일 출입할 수 있다.

한 매장에서 술병에 열을 가해 납작하게 만든 인테리어 소품을 전시해 놓은 모습.

'화산1914원화촹이찬예위안취'는 평일에도 타이베이 주민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다. 1914년 세워진 대만 최대 양조장이었던 곳이다. 높게 솟은 굴뚝과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외벽이 특징이다. 양조장이 1987년 이사하면서 2만㎡에 달하는 부지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들어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철거 예정이었던 공장은 예술가들과 정부의 논의 끝에 지금 같은 문화 공간이 됐다. 이후 공연장, 전시장, 공방, 카페와 식당이 차례로 입주하며 현재 모습이 됐다. 외부는 폐허에 가까운데 내부 공연장과 각종 디자인·액세서리숍, 팝업 스토어는 이곳이 타이베이 유행의 선두 주자임을 보여준다. 100년 전 모습의 외면에 21세기의 내면을 가진 흥미로운 공간이다.

◇軍 시설에서 문화공간으로

시시난춘(西西南村)은 타이베이101 빌딩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군대 막사를 떠올리게 하는 2층 높이의 군 관사가 도시 재생사업을 거쳐 전시공간·편집숍·카페·탁아소·마을회관으로 변신했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828m)가 개장하기 전까지 세계 최고(最高)의 마천루였던 타이베이101(509.2m)이 스스난춘의 나지막한 건물 지붕 너머로 높이를 뽐낸다. 곧 무너질 것처럼 생긴 스스난춘 건물 내부는 최신식으로 리모델링이 끝났다. 전시실에서는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와 함께 스스난춘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유물이 함께 전시돼 있다. 불발탄을 써서 만든 램프가 이 장소의 역사를 보여준다. 전시실 맞은편 편집숍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는 직접 만든 베이글과 음료를 판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백목이버섯음료와 베이글 튀김은 더위에 지친 여행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바오창옌국제예술촌(寶藏巖國際藝術村)'은 2차대전 중 일본군이, 이후에는 국민당 군대가 대공 초소로 활용하며 주둔했던 타이베이 남쪽에 있는 군사 요지였다. 이 언덕 마을은 1990년대 초 불법 건축물로 규정돼 철거될 처지였다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예술가 공방이 십여 곳 있다. 둥그렇게 뚫린 콘크리트벽에 문을 단 집, 포춘 쿠키 모양의 의자 조형물, 벽화가 방문객을 반긴다. 예술촌 건립 과정에서 힘을 보탰던 핀란드 건축가 마르코 카사그란데는 "이곳은 근대 도시와 전근대가 만나는 장소"라며 "'지속가능한 도시 생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매년 56만명 찾는 대만 도서전엔 '외유내강' 비결이 있다?]

[지금 타이베이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

[보고 또 보는 타이베이 외곽 美景旅行]

암바 타이베이 시멘딩(Amba Taipei Ximending) 호텔은 타이베이의 '명동'으로 불리는 시먼딩(西門町) 거리 한복판에 있다. 백화점이었던 건물을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레고 블록으로 표시해둔 외환 환율, 엘리베이터 문과 객실층 벽에 있는 그림으로 아기자기한 멋을 살렸다. 한여름 타이베이는 무더운 날씨로 땀 흘릴 일이 많다. 암바 타이페이 시먼딩과 종산(中山) 등 이 계열 호텔은 투숙객에게 세탁기와 세제를 무료로 쓰게 해준다. 땀냄새 걱정 끝이다. 10843台北市武昌街二段77號(시먼딩), 10412 台灣台北市中山北路二段57-1號(종산), www.amba-hotels.com

팔각과 취두부의 냄새에 지친 이에게 타이완 빵을 추천한다. 망고빙수, 쩐주나이차(버블티)에 가려진 숨겨진 명물이다. 대부분 빵집이 값싸고 맛있다. 쑹산원촹위안취에 있는 우바오춘(吳寶春) 베이커리는 2010년 파리 베이커리 월드컵 우승자의 가게다. 우승할 때 만들었다는 타이완 용안과 적포도주로 만든 식사용 빵과 명란바게트가 유명하다. 추천 메뉴는 이곳 독일식 푸딩(약 2800원). 부드러우면서 느끼하지 않은 푸딩과 바삭한 크러스트가 합쳐졌다. 너무 달지 않은 것도 장점. 유통기한이 구매 후 1시간 정도로 짧아 포장해오기 힘든 점이 못내 아쉽다.

여행사 오마이트립은 타이베이의 개성 있는 호텔 숙박권과 항공권을 판매한다. 1566-7005, www.ohmytri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