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햄스터 캐릭터 에비츄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백모(27)씨는 최근 서울로 놀러 온 5살 조카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백씨의 조카는 ‘성인 햄토리’로 알려진 ‘에비츄’ 캐릭터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고 있었다. 조카는 백씨에게 만화 영상을 보여달라며 졸랐고, 에비츄 원작 만화가 19금 콘텐츠인 것을 알고 있던 백씨는 울며 보채는 조카를 한 시간 동안 달랜 후에야 겨우 만화를 보여주지 않을 수 있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햄스터 캐릭터 에비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캐릭터가 나오는 원작 만화는 일본에서도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미성년자가 보기엔 자극적이고 성적으로 적나라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손쉽게 원작 만화를 찾아볼 수 있어 유아·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비츄는 이토 리사가 1990년 일본 주부생활사 잡지에 연재한 원작 ‘집보는 햄스터 에비츄’에 나오는 햄스터 캐릭터로 1999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는 ‘에비츄-성인햄토리’라는 이름으로 만화 단행본이 출시됐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출시돼 인기를 얻었고, 짤방(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이미지)으로 캐릭터 이미지가 활용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에비츄 캐릭터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캐릭터 상품도 잇달아 출시됐다. 이달 1일에는 강남 센트럴시티에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가 입점해 10~20대 층의 발길을 끌고 있다.

7일 오후 에비츄 팝업스토어에는 기말고사 시험을 마친 중고등학생들이 찾아 캐릭터를 구경했다. 이들 중 일부는 에비츄 원작 만화를 보기 위해 인터넷으로 에비츄를 검색해보고 있었다. 또 엄마의 손을 잡고 캐릭터 인형을 보는 미취학 아동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강남구 센트럴시티에 있는 에비츄 팝업스토어 앞 캐릭터 모형 앞에서 한 어린이가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학생 최모(14)양은 “페이스북 등에서 사진으로 보던 캐릭턴데 만화 영상도 있다고 해서 유튜브에 검색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인용 만화인 것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양은 깜짝 놀라며 검색을 멈췄다.

에비츄 원작 만화는 일본에서도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남녀의 성생활 모습이 드러나는가 하면, 자위 도구를 가지고 노는 에비츄 캐릭터의 모습도 묘사된다. 피가 튀는 잔인한 장면, 수위가 높은 적나라한 대사 등 성적 코드를 활용한 유머가 이 만화의 주요 소재다. 에비츄가 성인 만화 캐릭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네티즌들은 에비츄를 ‘동심 파괴 만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에비츄의 귀여운 모습만 보고 원작 만화나 영상을 접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나 불법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에비츄를 검색만 하면 원작 만화를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

에비츄 캐릭터 상품 유통을 맡은 코글플래닛은 유아·청소년에 대한 유해성 우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코글플래닛 관계자는 “약 3년 전 에비츄 캐릭터 이모티콘을 처음 출시했을 때도 미성년자가 원작 만화를 찾아보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원작 만화 영상을 삭제하고, 불법 공유 사이트를 감시해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

코글플래닛은 또 “국내에 새롭게 유통할 에비츄 콘텐츠에서는 적나라한 성적 표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새 콘텐츠들에 대한 심의 과정도 거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