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 학생들이 공강 시간을 쪼개 학생식당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 취약 계층 학생들에게 식권 기부를 할 수 있는 ‘십시일밥’ 활동을 하고 있다. 십시일밥은 현재 동아리를 넘어 비영리 단체로 성장했다.

한양대는 지난 1994년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한양대 사회봉사단'을 만들었다. 사회봉사는 지금까지 주로 시민단체나 비영리기관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왔었는데, 국내 대학이 지역사회에 봉사 활동을 하겠다며 조직을 꾸린 것은 한양대가 처음이었다. '한양대 사회봉사단'은 이후 2000여명에 달하는 봉사단원들을 배출했고, 지난 2014년엔 창단 20주년을 맞아 '희망한대'(희망+한양대)로 이름을 바꾸며 진화해왔다.

'희망한대'는 대학의 봉사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나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지속 가능한 봉사'가 목표다. 대학 봉사활동이 대체로 봉사 인력을 지원해주는 일 위주였다면, 이제는 그 틀을 넘어 과학기술·의료·교육 등 각 전공을 살려 '전문화된 봉사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양대는 서울캠퍼스와 에리카(ERICA) 캠퍼스(안산)에 분산됐던 봉사단 기능을 통합하기도 했다.

한양대 사회봉사단 관계자는 "한양대가 건학 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바탕으로 22년 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사회봉사의 아름다운 정신을 확산시켰는데, 앞으로는 대학 사회봉사의 다양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초로 탄생한 재학생·동문 사회봉사단

지난 2012년 5월 15일 한양대는 개교 73주년 기념식에서 재학생뿐 아니라 30만 동문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 '함께한대'를 공식 출범했다. 지금까지 국내 대학에서 재학생 봉사단은 많이 있었지만 재학생과 동문을 아우르는 사회봉사단은 없었는데 한양대가 또다시 재학생·동문 사회봉사단인 '함께한대'(함께+한양대)를 처음으로 출범한 것이다.

'함께한대' 초대 단장으로는 LIG손해보험 전 회장인 구자준 동문(현 한국배구연맹 총재)이 위촉됐다. 한양대 관계자는 "한양대가 지난 73년간 배출한 30만 동문 네트워크를 묶어 사회가 꼭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재능 기부 형태로 봉사를 하기로 한 것"이라며 "대학 재학 중 사회봉사 활동을 했던 동문들이 기업인·공무원·법조인·언론인·의료인·연예인 등으로 성장한 뒤에도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고 했다.

▲ 한양대 재학생 사회봉사단 희망한대 단장인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함께한대'의 첫 번째 사업은 그해 6월 25일 필리핀 테르나테 지역에 해외 봉사단을 파견해 의료·IT·건축·교육뿐 아니라, 식수·에너지 문제 등 절실한 현지 현안을 해결한 것이다. 전문 분야 교수들로 구성된 '한양적정기술연구회'도 함께한대 봉사단과 함께했고, '함께한대'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협약을 맺고 현지 단원과 교류하며 전문적인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이런 '동문 봉사 정신'은 한양대가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을 한양대 국제학부 특훈교수 겸 '희망한대' 단장으로 임용하면서 더 빛을 발했다. 외교부 북미국장, 주(駐) 오스트리아 대사,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을 거친 김 전 장관이 외교 수장 경험과 국제적 감각,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한양대의 글로벌 교육, 글로벌 봉사 마인드 확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는 평가다.

◇'십시일밥', 공강 1시간의 기적

한양대 학생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봉사 정신으로 시작된 '십시일밥'은 대학생 봉사활동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수업 전 빈 휴게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까 고민하던 한양대생들은 '공강 1시간'을 모아 친구의 '아르바이트 10시간'을 줄여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십시일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학생식당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이를 기부하는 활동이다.

현재 '십시일밥'은 봉사 동아리의 형태를 넘어 2014년 이사회와 사무국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 단체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 10명 수준의 동아리 형태로 시작했던 '십시일밥'이 이제는 전국 12개 대학교로 퍼져 나갔고, 현재 누적 기부 식권만 1만장을 돌파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십시일밥의 비영리 단체화는 이 활동이 그야말로 새로운 봉사활동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올초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인 유학생회와 컬럼비아 대학교 EAPEF(East Asia Politics and Economics Forum)와 MOU를 체결한 것도 새로운 봉사활동의 전기를 만들었다. 많은 한양대 학생이 하버드 한인 유학생 봉사단체인 'HCKISA(Harvard College Korean International Student Association)'와의 만남에서 "미국 학생들이 봉사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봉사활동을 하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특히 컬럼비아대의 '밀뱅크 제도(식권을 기부하면 이를 밀뱅크에 적립해 신청 학생이 1년에 6회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한양대가 국내 상황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양대 이호영(경영학부 10학번) 학생은 "십시일밥 활동은 인간적이고 땀 냄새가 배어 있는 봉사활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