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결혼한 김모(여·31)씨는 결혼을 앞두고 신랑과 함께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사진 스튜디오를 찾았다. 두 사람은 독방처럼 생긴 부스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을 360도 둘러싸고 카메라 100여 대의 셔터가 동시에 터졌다. 일주일 후 김씨 커플이 나란히 팔짱을 낀 채 서있는 모습의 피규어(모형)가 배달됐다. 남편과의 키 차이를 반영해 김씨 피규어가 남편 것보다 1㎝ 작았다. 김씨는 "결혼식장 한편에 사진 대신 피규어를 전시하니 하객들이 재미있어하더라"며 "결혼식을 특별하게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예비부부 사이에서 실제 모습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인형을 만드는 '웨딩 피규어'가 인기다. 가격은 20㎝ 기준 1인당 30만원 선. 크기가 클수록 가격도 높아진다. 작은 결혼식을 치르려는 커플이 웨딩업체의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를 생략하는 대신 기념품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커플룩을 갖춰 입고 서로에게 하트를 날리는 포즈가 단골로 쓰인다. 청혼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도 한다. 인천에 있는 한 사진관은 일반 사진 촬영도 하지만 주말 예약 손님 중 절반 이상이 결혼 기념으로 피규어를 만들려는 커플이라고 한다.
3D로 기록된 인물 파일을 3D 프린터로 뽑는 원리이기 때문에 3D 파일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촬영 방식이 달라진다. 요즘은 DSLR 카메라 수십 대가 장착된 3D 부스에 들어가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종합해 3D 파일로 변환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3D 스캐너로 몸을 입체적인 형태로 읽어내 저장하는 방식도 있다. 사진가가 다리미처럼 생긴 스캐너를 들고 몸 구석구석을 훑을 때까지 5분간 꼼짝 않고 있어야 한다. 청혼하는 상황을 연출하려고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3D 파일을 입체적 형태로 출력하는 데는 6시간 남짓 걸린다. 석고 가루가 0.1㎜씩 800겹 가까이 쌓이면서 형체가 점점 만들어진다. 한 겹이 쌓이면 접착제를 붓고 다시 한 겹 더 입히는 작업이 반복되는 셈이다. 마지막 몇 겹은 사진에 나온 색깔에 맞게 잉크를 입혀준다. 하얀 석고 가루를 붓으로 털어내면 실물을 축소해놓은 듯한 피규어가 완성된다. 직접 형태를 만들고 붓으로 생김새를 그려야 하는 맞춤제작형 피규어보다는 제작 과정이 간단하다.
3D 피규어의 모양새는 사진가의 기술보다는 디자이너의 '손맛'이 좌우한다. 3D 디자이너들이 출력 전에 입체사진을 보정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대개는 머리카락, 눈동자, 주름처럼 입체화하기 어려운 부위를 선명하게 다시 그려주는 정도지만 코를 높이거나 뱃살을 들어가게 하는 사진 보정 작업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