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록펠러’라고 일컬어지는 전설적인 기업가의 아들, 15년째 인도 최고 갑부 그리고 엘리베이터만 9개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에 사는 거부.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완벽한 ‘재벌 2세’의 모습을 갖춘 이 사람은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다. 가 지난 3월 발표한 ‘2016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93억달러(약 22조원)로 세계 36번째 부자다. 한국 최고 부자인 이건희 삼성 회장(9조원)의 두 배가 넘는 재산이다.
암바니 회장은 명실상부한 인도 최고 갑부다. 지난 15년 동안 최고 갑부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2007년에는 재산 632억달러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625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적도 있다.
그러나 이후 릴라이언스 주가가 하락하고 보유 주식도 감소해 재산은 크게 줄어들었다. 가 집계한 올해 3월 암바니 회장 재산은 203억달러(약 24조3600만원)였다. 그의 재산은 상당 부분 릴라이언스그룹 지분(지분율 44.7%)이다. 릴라이언스 그룹의 사업은 섬유·석유화학·정유 및 가스 탐사·정보통신·소매 등에 퍼져 있다.
릴라이언스그룹 창업주는 디루바이 암바니 회장이다. 디루바이 암바니는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주유소 주유원으로 시작해 당대에 인도 최고의 기업을 일군 전설적인 기업인이다. ‘인도의 록펠러’로 불리고 우리나라로 치면 ‘인도의 정주영’쯤에 해당한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디루바이 암바니의 4남매 중 장남이다. 1957년에 태어나 올해 58세다. 1977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바로 릴라이언스 이사로 들어갔다. 인도는 한국보다 가족 경영 전통이 더 강해 자연스런 일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재벌처럼 릴라이언스그룹도 2005년 ‘왕자의 난(亂)’을 겪었다. 부친 디루바이 암바니 회장이 사망(2002년)한 후 동생 아닐 암바니와 릴라이언스 지분 문제를 두고 재산권 다툼이 벌어졌다. 정주영 회장 사망 후 현대가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하다. 어머니가 주도해 파국을 막았고 그룹이 분할됐다. 무케시 암바니의 동생 아닐 암바니는 릴라이언스그룹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릴라이언스 에너지,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 릴라이언스 내셔널 리소시스 등의 기업을 독자 운영하기 시작했다.
암바니 회장은 구자라트 상인 출신인 부친의 경영 능력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요한 대목마다 미래지향적 선택을 해 기업을 크게 키웠다. 섬유와 에너지 기업이었던 릴라이언스가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 것은 그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00년대 초반 인도 통신 시장은 실적이 악화되고 라이선스 비용이 너무 커 전망이 매우 불투명했다. 기존 사업자들이 정부에 내는 라이선스 비용도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속출했다. 그는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통신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정부 규제로 통화요금이 비싼 것을 역이용했다.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릴라이언스의 통화 요금을 기존 업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파격적인 전략을 택했다. 비록 당시 시장 지배자였던 바르티 에어텔(Bharti Airtel)을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시장점유율 2위로 통신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암바니 회장은 섬유 제조업에 한정됐던 릴라이언스 사업 분야를 폴리에스터와 석유화학·정유·석유 및 가스 탐사·정보통신 부문으로 확대했다. 덕분에 릴라이언스는 오늘날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같이 제조업체가 원자재 납품까지 진출하는 것은 ‘후방통합’이라고 불린다.
섬유 제조업에서 원자재 생산으로 진출하면서 암바니 회장은 레이온과 나일론·폴리에스터·아크릴 중 유망 업종을 선택해야 했다. 그는 폴리에스터를 선택해 시장을 장악했다. 사업 규모를 키운 후 가격을 대폭 낮춰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고사시키는 작전을 썼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그는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석유화학과 정유 사업에 진출해 성공했다.
◆ 2조4000억원짜리 저택…아내에게 에어버스 선물도
암바니 회장은 2010년 뭄바이 해안가에 20억달러(2조4000억원)를 들여 ‘안틀리아’라고 불리는 초호화 저택을 지었다. ‘저택’ 하면 떠오르는 드넓은 정원 속에 건물 몇 채가 있는 이미지와 달리 27층(높이 170m)이나 되는 고층 빌딩 형태다. 연면적은 3만7160㎡에 달한다. 프랑스 베르사유궁전보다 더 넓다. 원래 60층으로 계획했지만 식구들이 천장이 높은 방을 원해 전체 건물의 높이는 같게 하면서 층수만 27층으로 줄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암바니 회장은 집안에 대형극장·와인룸·스낵바·수영장·스파·얼음방은 물론, 옥상에 헬기 이·착륙장까지 갖췄다. 최신형 엘리베이터도 9개 설치돼 있다. 집이라기보다 초호화 위락 레저 단지인 셈이다.
암바니 회장은 또 2007년 말 아내에게 3000만파운드(당시 환율로 566억원)짜리 에어버스 항공기를 생일선물로 사줘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가 구입한 에어버스에는 미술품으로 가득 찬 사무실, 게임룸, 음악감상실, 침실, 바(bar) 등이 있다. 그가 타는 전용 비행기는 7대나 된다.
호화로운 생활에 대해 인도 밖 언론들은 비판적이다.
인도엔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먹고 사는 극빈층이 2억명이나 된다. 사회적 책임은 소홀히 하고 지나친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인도 내에선 그런 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도 언론들도 크게 비판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적인 학풍을 갖고 있는 네루대학교 교수와 학생 몇몇에게 물었더니 “스스로 돈 많이 벌어 자기 돈 쓰는데 뭐가 큰 문제냐”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갑부가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암바니 회장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부(富)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선 ‘가진 재산은 자기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쓰도록 잠시 맡겨진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는 새로운 부자문화를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