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올림픽 개막 이후 뜸했던 중국 관영 매체들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선전 공세가 지난 주말부터 다시 재개됐다. 한국 내 야당 일부 인사의 대통령 탄핵론을 부각시키는 등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기사를 대거 게재한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 내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여론이 더 늘었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등 중국 입맛에 맞는 사실만 취사선택하는 행태를 보였다. 우리 정부는 일단 관망하는 자세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언론 보도가 도를 넘으면 정부로서도 그냥 두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관영 영자지(英字紙) 차이나데일리는 13일 '사드 배치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중 외교) 성취를 지워버릴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라는 정치적 실수로 그간 중국과의 관계에서 쌓아 올린 성과물을 지워버렸다"는 황유푸 중국 중앙민족대학 교수의 주장을 전했다. 황 교수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한·중 관계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점에 달했고,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미국의 반대에도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을 때는 중국인들의 찬사를 받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가까워지면서 그 같은 성과를 지워버린 점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혼란을 물려주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어 스융밍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을 인용해 "사드 배치는 한반도에 새로운 냉전을 초래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는 모든 면에서 잘못된 결정이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극심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사드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THAAD can be used to 'impeach' Park)'라는 기사 제목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이뤄질 수 있다"는 김상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토론회 발언을 전했다. 이 매체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사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김 후보 등 당대표 선거 출마자들은 더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한국 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사드 배치에 대한 찬성 응답이 한 달 전보다 오히려 6%포인트 늘고 반대론은 1%포인트 줄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이날 3면에 '한국 정가가 극명한 대립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제목의 톱기사를 게재하고 한국 내 갈등 양상을 부각시켰다. 인민일보는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물결이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으며, 경북 성주에서는 매일 촛불 집회가 열리고 새누리당 당원 2000여 명이 탈당계를 냈다"는 등의 사실을 전하며 "정치권 논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한국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이 일사불란하게 다시 '사드 압박'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정면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매체들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며 판을 키워 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청와대가 지난번에 중국 매체의 행태에 대해 '본말전도'라고 한 번 입장을 밝힌 것 이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중국 매체의 비이성적인 보도가 계속되면 그들의 의도와 달리 '중국이 너무 심하다'는 국내 여론만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