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화장실을 왜 학생이 청소해요? 우리가 쓰는 곳도 아니고 청소하러 학교 가는 것도 아닌데요."
지난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학생이 올린 글이 SNS를 통해 퍼지며 조회수 28만건을 넘겼다. 일부 학생들은 "화장실 카스트(신분제) 아니냐" "교직원 화장실은 천국, 학생 화장실은 지옥"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면서 교직원 화장실을 따로 두는 건 부당하다"는 등 댓글로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이 교직원 화장실을 청소하는 풍경은 사라지는 추세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내 초·중·고교 중 약 60%가 외부 용역업체에 화장실 청소를 맡기고 있다"며 "용역을 쓰지 않는 학교는 파트타임 근로자를 고용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도 교직원 화장실 청소를 학생에게 맡기는 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논쟁은 "교직원 화장실이 꼭 따로 있어야 하나"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한 학생은 "용변이 급해 교직원 화장실을 썼다가 선생님한테 혼난 적이 있다"며 "학교는 작은 사회라던데 사회에 나가면 계층별로 화장실을 따로 쓰는 거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학생들이 교직원과 화장실을 따로 쓰는 것에 반발하는 이유가 시설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천시교육청에서 지난 5월 학교 화장실 실태를 조사했더니 교직원 화장실의 비데 설치 비율은 약 63%로, 학생 화장실(약 1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학생 화장실의 재래식 변기 4000개를 양변기로 교체했지만 여전히 교직원 화장실의 양변기 설치 비율이 학생 화장실보다 높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문모(18)군은 "학생 화장실엔 휴지도 없고 냄새가 심해서 큰 일을 볼 때는 교직원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교사들은 현실적으로 교직원 화장실이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교사 하모(여·31)씨는 "교실에 학생들과 있다 보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교직원 화장실보다 가까운 학생 화장실을 이용할 때가 많다"며 "화장실에 있는데 아이들이 밖에서 다른 선생님 흉을 보고 있어서 나가기 민망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 교사(52)는 "남학생들이 화장실 휴지를 교실로 가져오거나 휴지를 뭉쳐서 장난으로 던지기도 한다"며 "물을 내리지 않고 나오는 등 학생들의 화장실 예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여자 교사는 "지난해 전북에서 학생들이 여자 선생님 몰카를 찍어 돌려 보는 일이 있었는데 남 일 같지 않더라"며 "교직원 화장실을 둘러싼 논란 자체가 교권이 추락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1층 교무실 옆에 교직원 화장실이 있는 이유는 교사들이 빨리 용무를 보고 수업을 준비하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교직원 화장실을 없애기보다 학교 화장실의 시설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