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신년 휘호를 선물로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쓴 '총화전진' - 박근혜 대통령은 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신년 휘호를 선물받았다.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쓴 신년 휘호에는‘총화전진(總和前進·화합해 미래로 나아가자)’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누구?]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4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업무 오찬을 마치면서 '박 대통령에게 예정에 없던 특별한 기념품을 드리겠다'고 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를 전달했다"며 "공식 선물 외에 개인적 선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총화전진(總和前進·화합해 미래로 나아가자)'이라고 적힌 휘호였다.

푸틴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께서는 매년 새해 초 소망을 담은 신년 휘호를 직접 쓰시는 전통이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1979년 박 전 대통령께서 타계하시기 전에 쓴 마지막 휘호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휘호 입수 경위와 관련, "박 전 대통령 타계 이후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한국인)이 미술품 시장에 판매한 원본을 특별히 구입한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진본"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러시아 측이 휘호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 "양측 간에 사전에 얘기가 안 된 선물이라 푸틴 설명 외에 우리 측이 더 알고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 휘호와 관련, 인터넷을 검색하면 G.L.W란 이니셜을 쓰는 익명의 미국인이 박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휘호를 판매하겠다며 올린 게시글이 등장한다. 그는 "1979년 콜로라도주 오로라에 살던 부모님이 이웃 아파트로 이사 온 한국인 가족과 친해졌는데 1982~83년쯤 부모님이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로 이사할 때 이 휘호를 선물 받았다"며 "2006년 12월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어떤 물건인지 알아보라'고 물려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그 가족은 다른 한국인들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과 친해진 뒤 '사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한국의 정치 상황 때문에 도망쳐야 했다'는 비밀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이 휘호와 푸틴이 선물한 휘호가 동일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또 "박 대통령께서 올해 초 (나의) 둘째 딸 예카테리나에게 새해 축하 선물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새해 선물은 아니고 지난 1월에 예카테리나의 생일이 있어서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선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당국자는 "주요국 정상의 부인에게 선물을 보내곤 하는데, 푸틴 대통령이 현재 (이혼 후) 싱글이라 딸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선물은 화장품 '설화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예카테리나와 비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그의 생일을 챙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예카테리나는 한때 한국인 남성과 결혼설이 돌기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3일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전체회의에 1시간쯤 지각했고, 이 때문에 한·러 정상회담도 1시간 45분 지연됐다. 그는 EEF에 앞서 열린 연해주 아쿠아리움 개관식 행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잦은 지각으로 악명이 높다. 2013년 방한 당시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30분 늦었고,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는 40분 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