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법이다. 최신 처방과 시술을 하고 있는 불임전문의도 정작 자신의 난소기능저하를 치료하지 못했다. 한 남자의 청혼 앞에 “어쩌면 아기를 못 낳을 수 있다”는 고백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불임전문의 김미경 닥터. 이제는 임산부가 된 그녀가 세상의 모든 고령 여성에게, 난소기능저하 여성에게, 조기폐경 여성에게 조언한다. 임신에 관한 한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 있다고.

탁구공만 한 난소가 땅콩 사이즈가 되다

어느 누구인들 수태력 정점의 청춘이 없었겠는가. 굳이 열여덟 딸기 같은 나이가 아니라 20대 중후반만 해도 피임이 문제였지, 임신은 걱정거리가 아니었을 게다. 이부자리만 펴면 임신이 너무 잘되어서 걱정이라는 너스레가 결코 영웅담이 아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태력을 자랑한다고 해도 나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여성은 더더욱 그렇다. 온갖 기능성 화장품으로 주름을 가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난소 나이를 붙잡을 수는 없다. 난소가 늙으면 난자도 같이 소멸되는 법이라서 더 그렇다. 원통하고 슬퍼도 할 수 없다. 에그 퀄리티(난자 품질)가 35세를 기준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게 당연하다. 이때부터 수정률도 감소되고 염색체 이상 난자도 증가한다. 만약 유전적 소인으로 인해 난소가 빨리 노화되는 여성이라면 가임력 보존의 시간은 더 짧아진다. 한 해가 아니라 한 달이 금과 같다. 자궁은 외부에서 호르몬주사 투입으로 기능을 되돌릴 수 있지만 난소는 힘들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를 참고하자면 초혼 연령은 매년 높아져 평균 남성 32.6세, 여성 30.0세로 집계되었다. 요즘 남성과 여성들이 어지간하면 서른 전엔 결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혼율 증가에 따라 재혼하는 남녀도 늘고 있다. 그러니 ‘고령임신으로 인한 난임’은 불 보듯 뻔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랑아이여성의원에 근무하는 불임전문의 김미경 닥터(39)는 8년간 난임치료를 해오면서 정작 자신의 난소기능저하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명을 하자면 미혼의 세월이 길었기에 임신과 출산을 산 너머의 일쯤으로 생각했다는 것.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지만 자신의 난소가 폐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니, 그것도 불임을 치료하는 의사가 말이다.

“그러게 말이에요. 4년 전에 고종사촌 동생이 시험관아기시술을 했었어요. 그때 피검사로 난소 나이를 체크해보니 심각하더라고요. AMH(항뮬러관호르몬) 수치가 0점대면 폐경이 가깝다는 얘기거든요. 그때 ‘혹시 나도?’라고 의심을 가졌죠. 바로 검사를 해보니까 AMH 수치가 0.4 나오더라구요. 폐경이 임박한 거죠. 그때 전 미혼이었고 겨우 서른여섯 살이었는데….”

AMH는 항뮬러관호르몬(Anti-muellerian Hormone)의 약자로 난소 안에 있는 동난포(미성숙난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말 그대로 뮬러관을 퇴화시키는 호르몬이라는 뜻이다. 뮬러관이란 모체의 자궁 내에 있을 때 장차 여성의 생식기관으로 발달하게 되는 관이다. 이 뮬러관이 발달해서 여성의 생식기가 완성이 되었고, 반대로 남성은 이 뮬러관이 퇴화돼서 여성의 생식기가 사라졌다. 그렇다면 여성은 왜 뮬러관을 퇴화시켜야 할까?

매달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난자가 배란을 위해 성숙되지만 결국 하나의 난자만이 ‘배란’에 선발된다. 그리고 나머지 난자는 퇴화시켜야 한다. 나머지 난자는 슈퍼난자(우성난자) ‘단 하나’를 배란시키기 위한 들러리인 셈. 그래서 난소에서 끊임없이 항뮬러관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다. 간단하게는 난포 숫자가 많으면 AMH 수치가 높게 나오고, 폐경이 가까우면 AMH 수치가 낮게 나오게 된다. 그래서 혈중 AMH 검사를 통해 난소의 용적을 파악하고 폐경 시기를 대충 가늠할 수 있다.

AMH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검사 결과로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나요? 생리 며칠째에 관계없이 혈액검사로 가능해요. AMH가 0점대라면 난소가 45세 이상, 1점대는 40대 초반, 2점대는 38세~39세, 3점대는 34세, 4점대는 30세 정도로 보는 거예요. 6점대 이상이면 필요 이상으로 배란이 억제되어서 너무 많은 난자가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해요. AMH 검사를 바탕으로 초음파를 통해 난소를 보게 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폐경이 될 즈음에는 난소 사이즈가 확 줄어들거든요. (난소가) 기능이 좋을 땐 탁구공 사이즈였다가 폐경이 될 땐 땅콩만 해져요.

난자는 모계유전인데, 고종사촌 간에도 난소기능저하가 유전이 될 수 있나요? 여성은 XX잖아요. X염색체 한쪽은 어머니에게서 받지만 다른 한쪽은 아버지에게서도 받아요. 보통 모계유전이라는 건 엄마, 이모, 외할머니 난자의 세포질을 통해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가 같다는 것이고, 염색체를 통한 유전은 또 다른 문제거든요. 아버지한테 받은 X염색체는 친할머니의 X염색체와 동일하고, 결국 고모의 X염색체와도 같은 거잖아요. 고종사촌 자매와 제가 같은 X염색체를 가질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제 여동생은 난소기능이 좋은 걸 보면 저만 아버지 쪽에서 받은 X염색체가 활성화된 것 같아요.

당시 30대 중반이었는데 폐경이 임박했다는 결과가 나온 거네요. 많이 울었어요. 제 환자 중에도 난소기능저하인 분들이 많았지만 그분들을 치료하면서도 제가 그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결혼할 남자에게 아이가 없어도 살 수 있는지 물어보긴 했지만 앞이 캄캄했어요. 결혼할 남자가 당신 하자는 스케줄대로 따라가겠다며 위로를 하더라고요.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초경(15세 기준)으로부터 35년째쯤 되면 서서히 폐경을 맞이한다. 폐경은 그야말로 난소 노화와 난자 고갈을 의미한다. 산부인과 통계상 20대의 조기폐경은 0.01%, 30대의 조기폐경은 0.1%, 40대의 조기폐경은 1%에 달한다. 실제로는 더 젊은 나이에 폐경을 맞는 여성이 적지 않다. 김미경 닥터는 “40세 이전에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서 무월경이 될 경우 초기에 성장호르몬이나 DHEA 처방 같은 치료를 받으면 임신의 기회를 살릴 수 있다”며 “이런 경우 폐경이라기보다는 ‘조기 난소부전’이라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기폐경의 원인으로는 방사선 치료, 자가면역질환, 갑상선질환, 항암치료, 난소 수술, 염색체 이상, 골반염 등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무리한 다이어트, 흡연,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스트레스와 무월경

왜 옛날 여성에 비해 요즘 여성들이 더 빨리 난소가 노화되는 건가요? 아이를 안 낳아서 더 그럴 거예요. 임신하고 출산하면 난소 입장에서는 방학이거든요. 난자도 세이브가 되고요. 할머니 세대들은 다산을 하니까 난소가 그만큼 젊고 건강했던 거죠. 예를 들어서 아이 여럿 낳은 마흔 살의 여성과 한 명도 안 낳은 마흔 살 여성의 난소는 달라요. 임신율도 다르고요. 아이 여럿 낳은 마흔 살 여성의 수태력과 같을 수가 없어요. 요즘은 초경을 시작으로 첫 임신이 늦어지니까 줄기차게 매달 배란이 돼요. 난소가 쉴 틈이 없어요. 거의 혹사(酷使) 수준인 거죠.

선생님께선 30대 중반에 난소기능저하가 심했으니 유전인 거네요. 그런 것 같아요. 난소와 유방암 등은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엄마나 이모, 언니가 조기폐경이 되었거나 난소에 문제가 있었다면 자신도 의심해봐야 해요.

외국에서는 조기폐경 가족력이 있을 때 미혼인데도 피임약 처방을 받는다고 들었어요. 도움이 되나요? 그럴 수 있어요. 피임약이 결국 호르몬제거든요. (호르몬제 복용을 통해) 몸 밖에서 배란 때처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식이에요. 난소는 쉬게 하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시기에 맞게 공급해서 마치 배란이 된 것 같은 환경을 만들고, 임신이 안 되면 자궁내막을 혈과 함께 배출시키는 거예요. 피임약을 먹게 되면 난자 배란을 아낄 수 있어요. 하지만 난소기능저하가 시작되면 난자도 함께 소멸되기 때문에 피임약은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고 봐요. 차라리 젊을 때 난자은행에 가서 난자를 냉동해두는 게 좋아요.

고령이거나 난소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여성이 임신을 기다릴 때 중요한 점이 뭘까요? 자연임신이 된 적 있었다고 해서 넋 놓고 기다리면 안 됩니다. 환자에게 제 얘기를 해주면서 '같이 임신합시다'라고 권했었어요. 또 저 같은 케이스 환자가 임신에 성공하는 걸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고요. 결혼하자 바로 임신했지만 유산이 되더라고요. 자연임신이 가능하다는 게 증명돼서 기뻤어요. 하지만 그때부터가 중요해요. 넋 놓고 기다리면 안 됩니다. 헛된 희망을 걸고 시간을 끌면 큰일 나요. 제 환자 중에는 민간요법을 하다가 거의 폐경이 되어서 오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시도(시험관아기시술)를 해봐야 해요. 시간이 없으니까요.

난소기능저하가 심해서 폐경이 가까운 경우, 40대 중후반이라면 절망적이지만 30대이거나 40대 초반이라면 임신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봐야 한다. 또 최근 1년간 생리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거나 생리주기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등 불규칙해졌다면 난소기능저하를 의심해봐야 한다.

“여성에게 생리주기는 아주 중요해요. 폐경이 임박하면 생리주기가 짧아지거든요. 생리주기가 긴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자꾸 짧아진다면, 또 짧아졌다 길어졌다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한다면, 그러다가 간혹 생리가 중단이 되기도 한다면 혹시 조기폐경이 아닌지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하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생리가 몇 달씩 끊기기도 한다. 실제 세월호에서 생존한 여학생들이 생리가 끊겨서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큰 충격을 받으면 그럴 수 있어요. 여성의 경우 시상하부가 감정의 영향을 받아요. 아무래도 충격의 강도가 높으면 시상하부의 정상적인 조절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거죠. 정상적인 생리를 위해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에서 호르몬 자극과 반응이 유기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시상하부의 정상적인 조절능력이 저하되고 뇌하수체에서의 호르몬 분비가 교란되면 부정출혈이 생기거나 생리가 끊기거나 배란장애가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뇌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주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기능을 도맡은 중요한 부위다. 특히 매달 생리를 하게끔 생식 관련 호르몬을 분비시켜 배란이 되고 생리를 하는 것이기에 지나친 스트레스 등이 무월경 혹은 생리 불규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서 시상하부 뇌신경중추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세로토닌 시스템 간에 교란이 생기면 성선자극호르몬이 감소하게 되면서 무월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것이 정신과 처방에서 우울증 치료제(SSRI)로 무월경을 치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폐경이 가까워진다고 반드시 생리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자궁선근증이나 점막하 근종, 자궁 내막 폴립 등이 있으면 생리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질환 없이 생리혈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면 난소기능에 대한 문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위 과배란주사 유도에 반응을 잘 하고 있는 20대 여성의 초음파 사진.
배란의 반란

생리가 불규칙하면 배란일 디데이 잡기가 힘든데, 난소기능저하 여성이 임신을 하려면 힘들 수 있겠어요. 난소기능저하라면 생리주기가 짧아지니까, 생리 끝나자마자 배란이 된다고 봐야 해요. 교과서대로 생리로부터 14일째 배란이 아니랍니다. 보통 배란이 되면 14일 후에는 생리를 나와요. 생리가 늦어졌다면 배란이 늦게 된 것이고, 생리가 빨라졌다면 배란도 빨라진 거예요. 여성의 경우 나이와 컨디션에 따라 배란이 공식에서 벗어날 때가 많아요. 생리주기가 너무 길면 배란공식을 적용할 수 없어요. 의사 도움(초음파)을 받아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배란 디데이를 산부인과 의사라서 정확하게 짚으셨나 봅니다. 배란일이라고 생각한 날에 남편이 출장을 가서 부부관계를 못 했어요. 계산을 해보면 배란일이 아닌 날에 임신이 된 거예요. 산부인과 의사인 저도 배란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거죠. 그러니 임신을 기다리는 부부들이 배란일이라고 믿고 올인하는 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전 환자들에게 "(남편이) 유혹 안 되면 하지 말라"고 해요.

배란일에 연연해하지 말고 뜨겁게 사랑하라는 얘기인가요? 환자들에게 소위 배란 예상일에 맞춰서 숙제(부부관계)를 내주면서 "남편에게 절대로 배란일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이 달라서 남자는 강박관념이 있으면 잘 안 될 수 있고 흥이 안 나는 법"이라고 말해요. 아내가 날짜를 잡았다고 말하면 남편이 "내가 동물이냐?"라고 한다더라고요. 실제로 배란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발기가 안 될 수 있어요.

산부인과에 안 가더라도 스스로 배란일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배란테스트기가 있어요. 배란 하루 혹은 이틀 전에 LH(황체형성호르몬)가 최대로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 변화를 배테기가 감지를 해요. 또 질 분비물로도 알 수 있어요. 배란기가 되면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점액이 많아져요. 마치 달걀흰자처럼 묽으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거죠. 그런데 미혼 땐 잘 느낄 수 없어요. (결혼해서) 부부관계를 해보면 훨씬 덜 아프고 빡빡하지 않다는 느낌이 오는 날이 있어요. 그때가 배란 최적기라고 보면 됩니다. 배란 이후에는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으로 질이 다소 건조해거든요. 기초체온은 불규칙해요. 배란이 되어야 기초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타이밍이 늦는 거죠.

배란 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일반적으로 ‘배란일은 생리 예정일로부터 14일 전이며, 정자의 경우 3~5일 자궁 속에서 생존할 수 있고, 난자의 경우 적어도 1~2일 생존한다’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임신을 기다리는 부부들은 교과서에 적힌 배란공식을 참고하고 난자 생존기간과 정자 생존기간까지 계산해서 가임 가능성의 날을 6~7일로 잡는다. 산부인과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난자는 배란이 되고 8시간 경과하면 노화되기 시작하며, 늦어도 12시간 이내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지 못하면 난자의 수정능력이 상실된다.’ 결론적으로 배란이 된 난자가 정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봐야 평균 12~15시간이라는 것. 계산상 한 여성이 1년 열두 달, 열두어 번 혹은 열세 번(생리주기가 짧을 경우) 정도 난자를 배란시키고, 1년 8천7백60시간 중에 겨우 1백80여 시간 동안 정자를 기다리는 셈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난자는 정자를 만나야 하고, 만나더라도 건강한 난자와 정자가 수정이 되어야 출산이 가능하다.

난자가 늙어간다

타이밍은 이해가 되는데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어야 출산할 수 있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문헌에 의하면 여자 나이 40~42세가 되면 난소에 남은 난자 중에서 80%가 비정상적인 염색체를 갖고 있는 난자라고 해요. 44~45세에는 90% 이상이 비정상염색체의 난자고요. 만약 비정상염색체를 갖고 있는 난자로 수정이 되면 착상이 될 순 있겠지만 유산이 되어요. 그래서 여자 나이 35세 이상에서 불임, 난임, 유산이 많이 발생하는 거랍니다.

故 박정희 대통령 어머니는 마흔여섯 살 때 아들(박정희)을 낳았다는데, 나이가 많아도 건강한 난자만 배란되면 자식 낳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럼요. (건강한 난자 배란이) 확률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에요. 임신 12주를 무사히 잘 넘겼다면 건강한 아기일 가능성이 높아요. 태아가 염색체 이상이 심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임신 12주 전에 유산이 되어버리거든요.

여성의 자식에 대한 집착은 엄청난 에너지인 것 같아요. 간절한 마음으로 젖을 물리면 출산하지 않았는데 젖이 나온다는 옛말이 있잖아요.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유즙분비호르몬(프로락틴) 수치를 올리는 기전이 여러 가지거든요. 자는 동안에도 올라갈 수 있고 스트레스가 심해도 올라갈 수 있어요. 아기가 젖을 힘차게 빨면 프로락틴 수치가 올라갈 수도 있어요. 여성은 신비 그 자체예요. 상상임신의 경우도 임신이 아니라는 걸 명백하게 증명하는 순간까지 호르몬 분비가 되는 거잖아요. 우리 몸의 사령탑은 뇌에 있지만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사령탑은 뇌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에 있는 것 같아요.(웃음)

- 더 많은 기사는 여성조선 9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