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급 호텔에 대한 암행평가 제도가 일부 평가위원들의 ‘갑질 호화 숙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 말까지 국내 22개 호텔을 대상으로 시행한 암행평가 3건 중 1건에서 평가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광공사는 올 1월부터 관광업 분야 전문가 가운데 암행평가위원을 선정해 직접 숙박을 하면서 4·5성급 호텔의 등급을 평가하는 호텔업 등급 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암행평가위원인 홍모씨도 올 6월 4일 부산 해운대구의 최고급 호텔 ‘파크하얏트’에 아내와 함께 투숙하며 하룻밤에 76만9000원어치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 중 숙박비만 60만원이 넘었다.

조선일보DB

홍씨는 결제 금액을 나중에 호텔로부터 전액 돌려받았다. 하지만 배우자가 사용한 비용까지 지원받은 것은 평가 지침을 어긴 행동이다. 지침상 기본 객실에 묵는 평가위원 본인 비용만 지원하게 돼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진행된 호텔 평가 44건에 들어간 비용 총액은 1925만 원에 이른다. 이 중 16건은 객실 숙박료만 40만 원을 넘어 기준 이상의 고급 객실에 묵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44건 가운데 40건은 본인 외에 가족 등 비전문가가 동행해 숙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행 평가 특성상 동행자가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 동행 자체가 위반은 아니지만, 동행자가 쓴 비용까지 환급받으면 규정 위반이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평가위원들이 사용한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의원실 요구에 “이메일로 영수증을 받았지만 저장 기간이 만료돼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고급 호텔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1인당 수십만원이 드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평가비용의 세부 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